[책의 향기/이 책, 이 저자]“창의적 사고력 중시한 학생들 낮은 학점 받아 충격”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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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 펴낸 이혜정 소장

‘교육과 혁신 연구소’ 이혜정 소장은 서울대생의 창의성을 높이려면 지식생산자를 기르는 교육, 문제 발견을 중시하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다산에듀 제공
‘교육과 혁신 연구소’ 이혜정 소장은 서울대생의 창의성을 높이려면 지식생산자를 기르는 교육, 문제 발견을 중시하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다산에듀 제공
“서울대생 상당수가 ‘학점을 잘 받으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더군요. A+ 받는 학생들의 공부법을 알아내 다른 학생들에게 알려주려 연구를 시작했는데…. 음, 그 결과가 ‘충격적’이었습니다.”

최근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다산에듀·사진)를 펴낸 ‘교육과 혁신 연구소’ 이혜정 소장(42)을 22일 인터뷰했을 때 그의 목소리에는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이 소장은 2007∼2011년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 연구교수로 근무하면서 서울대생 학습법을 분석했다. 우선 학점 4.0 이상 서울대생 150명 중 46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그 내용을 토대로 서울대생 1213명을 설문조사했다. 그 결과 ‘수용적 사고력’이 높다고 응답한 학생일수록 학점이 높았다. ‘수용적 사고력’이란 가르치는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여 정확히 기억해 내는 능력. 반면 ‘창의적 사고력’을 중시한 학생은 학점이 낮은 경향을 보였다.

“한 학생이 ‘나만의 아이디어를 찾아 답을 냈더니 학점이 안 나왔고 교수의 말을 토씨 하나까지 적어서 답하니 학점이 잘 나왔다’고 하더군요.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교수와 생각이 다를 경우 시험에 쓰지 않는다’는 학생도 고학점 학생 46명 중 41명이나 됐습니다. 서울대 교육 시스템은 학생을 수동적으로 만드는 구조입니다.”

이 소장은 “조사 결과를 보고 우리가 어떤 인재를 키우고 있는지 너무 걱정됐다”며 말을 이었다.

“학생 탓이 아닙니다. 평가하는 교수, 나아가 학교 교육시스템의 문제예요. 서울대 내에는 학교가 가르치는 방식이 맞는지를 점검하거나 이를 연구하는 사람이 없어요.”

이 같은 고민을 다른 서울대 교수들과 공유했는지가 궁금했다.

“서울대 본부에 이야기를 해도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대학평가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나’는 중요하지 않거든요. 연구실적, 취업률만 중요하죠. 그러다 보니 학교 차원에서 교수들이 어떻게 강의하는지 간섭하지 않아요.”

“한 교수는 ‘우리 대학에서 학부생은 버려졌잖아요’라고 말하더군요. ‘학부생은 창의적이면 안 됩니다. 실험하다 사고 쳐요’라고 말한 공대 교수도 있습니다.”

기초를 많이 공부한 후에 비판적 사고를 발휘해야 한다는 논리도 창의력을 죽인다고 이 소장은 지적했다. 그는 “학생들도 스스로 ‘저는 더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존 정보를 숙지하는 것과 창의력을 키우는 것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존의 많은 연구들을 보면 교실에서 창의력을 허용하는 환경만 만들어줘도 창의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 소장이 2012∼2013년 미시간대 학생 1000여 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도 같은 결론을 보여준다. 미시간대 학생도 입학할 무렵엔 수용적 사고력이 더 높다고 평가한 학생이 창의적 사고력이 더 높다고 평가한 학생보다 많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창의적 학생의 비율이 높아졌다는 것.

“홍콩중원(中文)대의 경우 비판, 창의적 사고가 필요한 질문을 입학할 때 하고 졸업할 때 다시 합니다. 이 점수가 입학 때보다 낮아졌으면 요인을 찾고 개선하는 방향으로 커리큘럼을 짭니다. 서울대도 창의적으로 수업하는 강의를 높이 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유해 교수들이 스스로 수업 방식을 고치도록 제도화해야 합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서울대#학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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