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옛이야기처럼 흥미진진한 베스트셀러 탄생 비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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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의 역사/프레데리크 루빌루아 지음/이상해 옮김/360쪽·2만 원·까치

솔직히 이 책은 표지만 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그간 무슨 책이 많이 팔렸나가 그리 흥미로울까. 저자 말마따나 서구 위주 이야긴데. 프랑스 파리 제5대학 공법(公法) 교수가 16세기부터 현대까지 400권의 풍부한 사례를 들어 베스트셀러를 파악했다는 설명도 거창하지만 하품 난다.

아, 근데 예상 밖으로 이 책 재밌다. 웬 헌법학자가 글을 이렇게 야무지게 쓰는지. 좋은 번역자를 만난 덕도 있겠으나, 딱딱한 소재를 꽤나 위트 있게 풀어간다.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나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 같은 작품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과정을 들려주는 대목은 옛이야기처럼 흥미진진하다.

책의 뼈대라 할 수 있는, 베스트셀러를 바라보는 3가지 관점 역시 상당히 인상적이다. 1부에선 베스트셀러를 정의하는 기준을 살펴봄으로써 역사적으로 베스트셀러라고 불린 작품들의 실체를 조목조목 헤집는다. 2부는 다양한 마케팅과 시대상의 변화들이 어떻게 베스트셀러를 만들어 내는지에 주목한다. 마지막으로 출판이 산업화되며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주체인 독자의 취향은 어떤 식으로 영향을 주고받는지도 들여다본다.

한 가지 재밌는 건 역사적 베스트셀러 1∼15위 목록이다. 누구나 예상 가능한 ‘성서’가 톱인 가운데 ‘꾸란’(3위) ‘모르몬경’(10위) ‘영생으로 이끄는 진리’(11위·여호와의 증인 경전) 등 종교서적이 네 권이다. ‘마오쩌둥 어록’(2위)을 비롯한 정치서적도 네 권이나 된다. “사람들이 책을 읽는 데는, 이 세상에서든 저 세상에서든, 구원을 얻기 위해서 혹은 성공을 일궈내기 위해서 책을 강요당하는 것도 이유가 된다”는 저자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읽는 이에 따라 비율은 다르겠지만, 이 책이 다루는 베스트셀러는 익히 우리가 아는 것과 생소한 것들이 뒤섞여 있다. 당연히 낯익은 책들이 더 반갑긴 하지만, 딱히 모르는 책이라도 구성지게 풀어내 책장 넘기는 맛이 좋다. 뭣보다 그간 책을 고를 때 베스트셀러 목록부터 들여다봤던 습관을 반성하게 만들어줘서 고맙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베스트셀러의 역사#베스트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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