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안팎으로 곪은 계층갈등 해법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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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중산층입니까/강원택 김병연 안상훈 이재열 최인철 지음/264쪽·1만4000원·21세기북스

1980년대 말 한국인의 60∼80%는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생각했다. 1988년 경제기획원 조사 응답자의 60%, 1989년 갤럽조사에서는 75%가 이렇게 답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빠르게 증가해 막 5000달러에 도달할 즈음이다. 그러나 1인당 국민소득이 2만6000달러가 넘는 2013년 기준으로 중산층이라고 답한 비율은 20.2%에 불과하다. 응답자들이 답한 중산층의 재산 기준 평균은 10억9000만 원에 이른다(2013년 한국사회학회). 현재 이만한 재산 수준을 가진 가구는 상위 4∼6%에 불과하다. 중산층에 대한 기준이 턱없이 높아진 셈이다.

이 책의 공동저자인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객관적 생활조건의 향상에도 불구하고 주위 사람들과의 격차가 더 크게 인식되는 상대적 박탈감이 중산층 의식의 소멸을 재촉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는 한국처럼 성장이 일정 궤도에 오른 사회에서는 ‘분배에 대한 집착’이 발생하고 제한된 지위재(Positional Good)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는데 한국은 아직 이에 걸맞은 사회적 합의와 운영 메커니즘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경제학, 사회학, 사회복지학, 심리학, 정치학 등 전공이 다른 서울대 교수 5명이 중산층을 비롯한 한국사회의 계층문제를 다각도로 분석했다는 게 눈길을 끈다.

“실제 계층(객관적 계층)과 스스로가 인식하는 계층 소속감(주관적 계층)이 다르며 투표행위를 비롯한 정치적 입장에 영향을 주는 것은 주관적 계층”이라는 해석(강원택 정치학과 교수)이나 아파트 평수-학벌과 개인의 행복감이 상관관계가 있다는 분석(최인철 심리학과 교수) 등은 흥미롭다. 다만, 각자의 연구 영역에 머물러 전체적인 조망과 깊이 있는 해결책이 뚜렷이 눈에 띄지 않는 점이 아쉽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계층갈등#당신은 중산층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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