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아름다움을 거래하는 미술시장 A to Z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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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비즈니스/박지영 지음/272쪽·1만7000원·아트북스

아트 비즈니스의 귀재인 데이미언 허스트가 ‘살아있는 자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일명 ‘상어 수족관’)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썩은 상어를 버리고 새로 만든 작품이다. 아트북스 제공
아트 비즈니스의 귀재인 데이미언 허스트가 ‘살아있는 자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일명 ‘상어 수족관’)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썩은 상어를 버리고 새로 만든 작품이다. 아트북스 제공
범생이 짝꿍의 노트를 빌려보는 기분이다. 과목은 ‘미술경영’. 미술시장에 관한 기초 용어부터 미술 마케팅 전략과 미술 투자, 미술법까지 꼼꼼하게 정리해놓아 시험을 코앞에 둔 왕초보들이 “이것만 보면 되겠네” 하며 반길 만하다.

요즘은 공공미술관도 관람객을 모으기 위해 마케팅 전략을 짠다. 영국 테이트 브리튼은 미술관까지 와서 식당만 들렀다 가는 이들을 위해 ‘나만의 컬렉션 만들기’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로비에 ‘애인과 방금 헤어졌어요’ ‘숙취에 시달리고 있어요’ ‘곧 중요한 사업 미팅이 있어요’ 등 20개가 넘는 상황별 팸플릿을 마련해둔 뒤 관람객이 그날그날 상황에 따라 하나를 집어 딱 6, 7개 작품만 보고 가게 안내하는 것이다. 이 덕분에 관람객이 20% 증가했다고 한다.

미술 투자 단원으로 넘어가면 본격적인 돈 냄새가 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자들은 미술품 가격지수와 주가지수 변동 추이를 비교해보며 미술 시장에 눈을 돌렸다. 아트펀드도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영국 파인아트펀드만이 7% 이상의 수익을 낼 뿐 망한 아트펀드가 더 많다. 주식으로 돈 벌기 어렵듯 미술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미술 투자에선 세금을 꼭 따져봐야 한다. 한국에서 독일 컬렉터에게 작품을 팔려면 영국을 거치는 것이 좋다. 비유럽연합 지역에서 들어오는 미술품 세율이 영국은 5%, 독일은 7%이고 유럽연합 내에서는 수입세를 부과하지 않으며, 독일의 부가가치세율이 영국보다 낮기 때문이다. 세계 미술 시장을 이끄는 주요 도시는 뉴욕, 런던, 홍콩인데 이들 도시는 세제 혜택이 크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술법과 윤리 단원으로 가면 미술의 본질에 대한 물음과 맞닥뜨리게 된다. 영국 앤서니 곰리의 조각작품은 콘셉트만 곰리의 것일 뿐 실제 작품을 제작하는 이는 시급 15파운드(약 2만6000원)를 받는 미대 졸업생들이다. 이건 곰리의 작품일까. 데이미언 허스트는 진짜 상어로 일명 ‘상어 수족관’ 작품을 만들어 팔았으나 상어가 썩어 다른 상어로 교체했다. 바뀐 상어 작품은 허스트가 처음에 만든 작품과 같은 것일까.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아트 비즈니스#미술시장#데이미언 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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