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후 빈사상태에 빠진 국내소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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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8월 베스트셀러 소설 10위에 2013년출간 조정래 ‘정글만리’ 등 2편뿐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한국 신간 소설이 사라졌다.

17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1∼8월) 소설 분야 누적판매량 10위 안에 든 한국 소설은 2편뿐. 하지만 올해 나온 신작이 아니라 지난해 7월 출간된 조정래의 ‘정글만리’(해냄)와 2011년 출간됐다가 최근 영화화되면서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창비)이다.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몽환화’(비채)가 5월 출간돼 10위에 오른 점을 고려하면 올해 국내 소설의 성적표는 낙제 수준이다.

올해 한국 소설 부진 원인으로 4월 16일 일어난 세월호 침몰 사고가 꼽힌다. 은희경은 등단 20년을 맞아 소설집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문학동네)를 3월 출간했다. 이 소설은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 2위로 진입하면서 ‘정글만리’의 뒤를 이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세월호 사고 이후 20위 밖으로 밀렸다. 3월 말 출간된 이외수의 소설 ‘완전변태’(해냄)도 7주간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들었지만 이후 밀려났다.

이진숙 해냄 편집장은 “국내 작가의 소설은 ‘독자와 대화’ 같은 스킨십 마케팅이 중요한데 세월호 사고로 행사를 모두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이외수 작가 팬 중에도 새 소설이 나온 줄 모르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사고 여파는 오래갈 것으로 전망된다. 문학동네는 스타 작가인 김애란 ‘눈물의 과학’, 박민규 ‘매스게임 제너레이션’을 준비 중이지만 세월호 이후 출간 시점이 늦어져 확정되지 않고 있다. 복수의 출판사 관계자는 “감수성이 예민한 작가들이 세월호 사고로 작품 활동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이후 한강의 ‘소년이 온다’(창비)가 5월에, 성석제의 ‘투명인간’(창비)이 7월에 나와 각각 2만, 4만 부가량 팔렸지만 출판계에 활기를 불어넣지 못했다. 비슷한 시기 파울루 코엘류의 ‘불륜’(9만 부), 밀란 쿤데라의 ‘무의미의 축제’(4만 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자 없는 남자들’(14만 부) 등 세계적 작가들의 작품이 몰리면서 관심이 분산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 소설의 재미와 경쟁력이 떨어진 결과라는 평가도 있다. 최근 소설은 TV 영화에서 등장한 책이나 페이지터너(page turner·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책)인 장르소설이 그나마 인기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영상에 익숙한 독자들은 장르소설을 찾는데 그 분야에서 특히 국내 소설의 경쟁력이 약하다”고 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베스트셀러#세월호#한국 소설 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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