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쓸데없는 걱정일랑 마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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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작가 요나스 요나손

요나스 요나손 씨는 “한국 팬들이 사인을 해달라며 보내 온 책 더미 속에 ‘요나스 요나손 팬시 공책’도 들어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열린책들 제공
요나스 요나손 씨는 “한국 팬들이 사인을 해달라며 보내 온 책 더미 속에 ‘요나스 요나손 팬시 공책’도 들어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열린책들 제공
올해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은 작가로 ‘이 사람’이 꼽힐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의 데뷔작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수개월째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고 있고, 후속작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도 동시에 10위 안에 들었다.

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 씨(53). 작품 속 100세 노인 알란은 현대사의 중요 순간마다 본의 아니게 끼어들어 역사의 흐름을 바꾼다. 우연히 핵폭탄을 떠안은 남아공 빈민촌의 소녀 놈베코 역시 범상치 않은 인물이다. 좌충우돌하는 이들은 웃음을 넘어 카타르시스를 준다. e메일로 그를 인터뷰했다.

―알란과 놈베코 캐릭터는 어떻게 구상했나.

“그저 모험을 계속할 수 있는 충분한 호기심과 정신력을 지니도록 했다. 그랬더니 주인공들이 살아 움직이더라. 처음 설정한 대로 가만히 있지 않고 계속 모습이 바뀌었고 작품을 마무리하니 지금의 주인공들이 됐다.”

―주인공들이 무척 긍정적이다.

“내가 일 때문에 급히 나와 닭장 문을 제대로 닫았는지 걱정하고 있으면 알란이 이렇게 묻는다. ‘요나손 씨, 당신이 닭장 문을 깜빡하고 안 닫았을 때 생길 수 있는 가장 나쁜 일은 뭘까?’ 나는 답한다. ‘여우가 와서 닭들을 잡아가겠지’라고. 그러면 알란은 ‘지금 닭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잖아. 쓸데없이 걱정하지 마’라고 답한다. 하하. 사실 우리는 기차를 놓치건 말건 걱정할 이유가 없다. 걱정하든 말든, 기차를 놓치거나 혹은 제대로 탈 테니까.”

―과거에 기자, 사업가였다고 들었다.

“기자로 꽤 오랫동안 일한 후 미디어 컨설팅 회사를 차렸다. 2명이던 직원이 몇 년 만에 100명까지 늘고 빠르게 성장했다. 음, 너무 빨랐던 것 같다. 병을 얻어 큰 수술을 두 번이나 받았다. 끔찍한 시기였다. 삶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해 일을 그만두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치료의 일환이었다.”

―‘100세 노인’에는 김일성, 김정일도 등장한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세계사의 일부다. 그들이 내가 쓰고자 했던 이야기 속으로 들어온 것뿐이다.”

―한국 독자들이 당신 작품에 열광할 것을 예상했나.

“내 소설은 스웨덴식 유머지만 프랑스식 유머이기도 하고, 한국식 유머이기도 하다. 그냥 나는 요나스 요나손식 유머를 대표한다.”

―다음 소설 주인공은? 100세 노인과 까막눈이를 능가할 엉뚱한 주인공은 없을 것 같은데….

“있을 수 있다. 아님 말고!”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요나스 요나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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