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예술창고 ‘바티칸 컬렉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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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바티칸 회화의 모든 것/안야 그리브 지음/이상미 옮김/526쪽·8만 원·시그마북스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 프레스코화. 가로 40.5m, 세로 14m 규모이며 미켈란젤로가 1512년 완성했다. 실제로 마주해 구석구석 뜯어보면 그리는 데 단 4년이 걸렸다는 사실을 믿기 어렵다. 창세기를 중심으로 구약성경 이야기와 인물을 표현했다. 시그마북스 제공
출퇴근 지하철에서 펼쳐들 책은 아니다. 거실이나 서재 책장 맨 아래 칸 또는 카페 선반에 인테리어 소품으로 놓기 딱 좋게 묵직하다. 낑낑대며 꺼내 펼칠 효용은 명확하다. 기억을 재생해 곱씹거나, 언젠가 가보고픈 욕망을 눈요기로 달래거나.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계기로 이 책의 용도는 하나 더 늘었다. 시스티나 성당, 바티칸 박물관, 성 베드로 대성당 등 교황과 관련된 도시 공간이 품고 있는 예술품 300여 점의 이미지. 교황이 한반도에 선사한 행복했던 닷새를 되새기고 싶은 독자의 눈길을 잡아끌 기념품이다.

하지만 이미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여러모로 아쉽다. 가로세로 26.7cm의 큼지막한 페이지가 지나치게 넉넉히 둔 여백으로 인해 허무하게 낭비됐다. 여백을 충분히 두면서 수록작품 수는 덜어내지 못한 탓일까. 신용카드보다 작은 크기로 축소돼 오밀조밀 인쇄된 템페라(달걀노른자를 용매로 쓴 안료) 그림이 애처롭게 옹색하다. 페이지 전체에 여백 없이 시원스럽게 인쇄한 그림은 가문 땅에 돋은 콩 줄기만큼 드물다. 6분의 1 크기로 줄인 스마트폰 화면만 한 ‘수태고지’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어쩐지 라파엘로에게 송구해진다. 실물이 들려주는 적막한 충격을 전하기에 턱없이 역부족이다. 작품이 전하는 감흥에서 스케일이 차지하는 몫이 어느 정도인지 새삼 일깨운다.

미덕은 그림보다 글에 있다. 독일 에를랑겐 뉘른베르크대에서 예술사를 가르치는 저자는 단도직입 군말 없이 간결한 설명을 이어간다. 무책임한 감상으로 작품을 직접 보지 못한 독자에게 불필요한 편견을 심는 우후죽순 미술 에세이와는 격이 다르다.

바티칸 미술 순례의 하이라이트라 할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는 상대적으로 풍성하게 소개됐다. 뒤를 잇는 ‘최후의 심판’ 부분은 빈약해 들쭉날쭉한 느낌이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등 조각 작품 사진 일부는 노출과 앵글에서 어지간한 관광객 사진만 못하다. 미국 아마존(47.19달러) 평점은 별 다섯 개 만점에 네 개 반. “풍성한 컬렉션이지만 이미지가 안타깝다”는 독자 서평이 가장 많은 호응을 얻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바티칸:바티칸 회화의 모든 것#바티칸#교황#예술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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