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착한 돈세탁’의 기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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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호화 여행記로 번 2만달러… 소액신용대출 ‘키바’ 통해 투자… 상처 입은 빈민들 희망불씨로
◇25달러로 희망 파트너가 되다/밥 해리스 지음·이종인 옮김/424쪽·1만5000원·세종서적

미국 태생의 저자는 럭셔리 여행 사이트 ‘포브스 트래블러’에 글 쓰는 일을 얻었다. 세계 곳곳의 호사스러운 호텔에서 자고 최고급 식사를 한 소감을 기고하게 된 것이다. 스와로브스키 샹들리에를 청소하는 정직원만 열 명이 있고, 커다란 황금 술잔에 담은 위스키 한 잔이 7438달러(약 765만 원)인 아랍에미리트 최고급 호텔들을 거치다가 두바이 거리에서 마주친 남아시아의 이민 노동자들이 그의 삶을 바꿔 놓았다.

시작은 작은 선의였다. 객실에 놓인 과일, 초콜릿 등을 챙겨 ‘현대판 하인’들에게로 다시 발걸음을 돌린 것. 그날 그는 가난한 사람들을 돕겠다고 결심한 뒤 리스트를 적어 나갔다. 제3세계의 가난을 돕는다, 장기적인 도움을 지향한다, 내가 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알아낸다.

‘어쩌면 정신적인 돈세탁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별 다섯 개짜리 호텔을 돌아다니며 번 돈을 별 하나 없는 세상을 위해 쓴다는 아이디어는 모험정신에 불을 질렀다.’

저자는 호화 여행기의 원고료로 받은 2만 달러를 특정 단체에 쾌척하기보다는 ‘키바(www.kiva.org)’를 통해 ‘투자’하기로 했다. 키바는 소액신용대출(마이크로 크레디트)을 온라인으로 확장, 진화시킨 새로운 사회적 기업. 키바는 스와힐리어로 거래, 합의라는 뜻이다.

키바 사이트에서는 전 세계 수십 개국에서 25달러 이상의 투자를 바라는 사람들의 얼굴과 마주할 수 있다. 그들은 젖소를 사거나 모기 퇴치용 가죽 팔찌를 제작하거나 땅을 사기 위해 돈을 빌린다. 그리고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상환한다. 누군가가 낸 25달러는 후원금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누군가의 미래를 위한 투자가 된다.

저자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전통적인 종교 물품을 목각하는 니와얀과 야자 즙으로 설탕이나 술을 만들어 파는 캄보디아의 풍에게 돈을 빌려주었다. 그는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자신에게 투자를 받은 이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물었다. “정말 소액대출이 도움이 되었나요?” “당신의 삶이 나아졌나요?”

그는 페루 쿠스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사라예보, 케냐 나이로비,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 베트남 하노이, 캄보디아 시엠레아프에서 채무자들을 만났다. 내전의 상처가 남아 있는 도시에서, 인종 학살이 자행된 고향에서, 황량하고 가난한 마을에서 그들은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나가고 있었다. 돈으로 인해 생겨난 그늘은 종교나 인종과 상관없는 돈이 걷어내고 있었다. 저자는 경험자들의 입을 통해 소액대출 제도의 이면에도 관심을 보인다. 키바 홈페이지에서 각국의 작은 사업가들을 만나보라. 변화와 차이를 만들어내는 사랑을 경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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