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몬스터가 된 뒤에야 가족의 사랑을 깨달았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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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영광/다비드 사피어 지음·이미옥 옮김/420쪽·1만2800원·예담

직장 스트레스, 중년의 위기, 사춘기라는 몬스터가 가족을 점령했다. 이 가족은 ‘원 팀’은커녕 바스라지기 직전이다. ‘중2병’ 걸린 딸의 손에서는 휴대전화가 떠날 날이 없고, 소심한 책벌레 아들은 학교에서 여학생에게 맞고 다닌다. 남편은 거의 매일 일에 지쳐 늦게 귀가한다. 작은 어린이책 서점을 운영하는 아내 엠마는 젊은 날 포기한 꿈이 아스라하다.

‘만일 우리가 여전히 서로를 사랑한다면, 왜 예전과 달라졌을까? 왜 나는 우리 가족에게 뭔가를 함께 해야 한다고 강요해야만 할까? 마지막으로 가족이 함께 무언가를 시도한 게 대체 언제였더라?’

싸우느라 바쁜 가족이 어느 날 파티에 초대받으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몬스터 변장을 하고 참석한 파티에서 큰 망신을 당하고 귀가하는 길, 거리의 노파가 다가온다. “너희는 불행해, 모두 다. 행복한 가족은 모두 서로 비슷해. 그러나 불행한 가족은 모두 나름대로 특별난 방식으로 불행하지.”

노파의 마법으로 아버지는 지능이 떨어지는 프랑켄슈타인, 딸은 구질구질한 붕대를 칭칭 감은 미라, 아들은 네 발로 뛰어다니는 늑대인간, 엄마는 심장이 없는 뱀파이어로 변신한다. 마법을 풀기 위해 바람같이 사라진 노파를 찾아서 가족은 치열하면서도 웃긴 여행을 함께 한다.

가족보다 직장에 무게중심을 뒀던 아버지는 프랑켄슈타인이 된 뒤 목숨을 걸고 가족을 지키고 아내에 대한 설렘을 되찾는다. 꿈 없고 불만 많은 딸은 세계를 여행하며 타인을 돕는 삶을 살고자 한다. 용기 없던 아들은 거친 소녀에게 당당히 사랑을 고백한다. 모든 불행을 엄마 탓으로 돌리는 아이들과 가정에 무심한 남편에게 지치고 상처받은 엄마는 가족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며 사랑을 확인한다.

싸움과 스트레스 없는 가족은 없다. 가족이 항상 행복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서로 사랑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사랑하지 않으면 가족은 서로에게 몬스터에 불과할지도 모르니까.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가족의 영광#직장 스트레스#중년의 위기#사춘기#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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