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1차 세계大戰의 뇌관을 건드린 19세 청년의 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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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릴로 프린치프/헨리크 레르 지음·오숙은 옮김/232쪽·1만9800원·문학동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14년 6월 28일. 인류 역사의 큰 줄기를 바꾼 사건이 발생했다. 슬라브 민족의 하나인 세르비아계의 19세 청년 가브릴로 프린치프가 사라예보를 방문 중이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태자 부부를 저격한 것. ‘유럽의 화약고’ 발칸 반도는 이 사건을 계기로 폭발했고 결국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된다.

이 책은 당시 시대상과 프린치프의 행적을 판화와 같은 세밀한 펜으로 구성한 그래픽 노블이다. 1차 대전 때의 동유럽의 문화와 환경, 그 속의 사람들의 삶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프린치프는 사라예보 사건의 장본인으로 세계대전의 원흉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그의 삶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저자는 19세 청년이던 그가 왜 극단적인 행동을 했는지, 필연적 요소는 없는지 등을 디테일한 묘사로 풀어낸다.

1894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가난한 가정에서 자란 프린치프는 비참한 민족의 미래를 고뇌한 열혈 민족주의자였다. 그는 슬라브 민족 통일에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태자가 최대 장애물이란 생각에 ‘흑수단’이란 비밀결사 조직에 합류한다. 이 과정에서 겪은 내면적 갈등도 타임머신을 타고 보는 듯 묘사된다.

저격 후 검거된 프린치프는 20세 미만인 나이 탓에 법률상 사형 선고를 면하고 20년 징역을 선고받는다. 그리고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1918년 4월 수용소에서 영양실조와 결핵으로 사망한다. 사후 세르비아의 국민영웅으로 추앙받는 그는 수용소에서 “너 때문에 세계대전이 일어났다”고 추궁하는 간수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방아쇠를 당겼을 뿐입니다. 어느 누구도 혼자서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지 못해요. 어차피 전쟁은 일어났을 겁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가브릴로 프린치프#제1차 세계대전#사라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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