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석유 없이 살기 위해 애쓰는 세계의 도시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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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로빈후드/박용남 지음/280쪽·1만7000원·서해문집

저자만 보고도 책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브라질 생태도시에 관한 책 ‘꿈의 도시 꾸리찌바’로 알려진 지속가능도시연구센터 소장이 격월간지 ‘녹색평론’에 쓴 글을 위주로 묶어 낸 책이다. 고속성장에 기댄 블링블링한 라이프스타일을 버리고 환경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삶을 살자는 내용이다.

생활 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꾸어야 하는 이유는 ‘피크오일(Peak Oil)’ 때문이다. 이는 세상에 묻혀 있는 모든 석유의 절반을 뽑아낸 시점을 뜻하는데 이미 이 지점을 지났다는 사람도 있고 곧 닥친다는 이들도 있다. 문제는 남아 있는 석유가 북극이나 깊은 바다 같은 곳에 묻혀 있어 싸고 쉽게 빼내 쓸 수 없고, 마땅한 대체 에너지원도 없다는 데 있다.

책은 석유 없이 살기 위해 애쓰는 도시들의 다양한 시도를 소개한다. 먼저 자동차를 몰아내고 도로를 보행자들에게 내주는 노력이다. 미국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재임 시절 상습 정체구역인 브로드웨이 대로의 포장을 걷어낸 뒤 사람들이 모여 운동하고 문화 이벤트를 즐기는 공간으로 바꿨다. 해마다 여름이면 3주 연속 토요일 오전 7시∼오후 1시 시내 일부 도로를 폐쇄해 시민에게 개방하는 프로그램도 시행 중이다.

저자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지하철보다는 간선도로를 달리는 급행버스 시스템을 제안한다.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 시는 간선급행버스 체계의 성지로 인정받고 있다. 프랑스 파리는 2000년 간선급행버스 개통 이후 교통사고 사망자가 89% 줄었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40% 줄었다고 한다(2006년 기준).

석유 없는 세상을 경험한 나라는 일본(제2차 세계대전 전후 미국의 경제봉쇄) 북한 쿠바 등 세 곳인데, 저자는 이 중 쿠바를 석유 위기를 극복한 모범 사례라고 평가한다. 특히 쿠바의 친환경 도시농업은 인류 미래의 희망을 제시해주는 모델이라는 것이다. 쿠바의 환경오염이나 빈부 격차, 극심한 경제위기에서 막 벗어난 현실을 생각하면 균형 잡힌 평가인지 고개가 갸웃해진다. 남의 성공 비법을 그대로 가져다 쓸 순 없겠지만 피크오일에 대비한 도시 계획을 세우는 데 참고가 될 만하다. 서울의 버스 준공영제와 6·4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약으로 나온 무상버스의 문제점도 짚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도시의 로빈후드#피크오일#석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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