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중국경제의 막가파식 진격… 세계가 중국을 닮아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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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뿐인 세상/후안 파블로 카르데날 외 지음/전미영 옮김/432쪽·2만3000원·명랑한지성

지구 최대 공장인 동시에 최대 소비시장인 중국이 전 세계를 무대로 보여주는 경제적 팽창 현장을 발로 뛰며 분석한 책이다. 핵심은 중국이 세계화하는 게 아니라 세계가 중국화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스페인 경제지 ‘엘 에코노미스타’의 홍콩 특파원과 프랑스 통신사 AFP의 베이징 통신원. 언론인다운 생생한 현장 중심의 기술 덕분에 ‘중국식 자본주의의 세계정복 탐사기’라는 부제에 걸맞은 중국 경제의 진격 양상이 한눈에 펼쳐진다.

자원은 많은데 자본과 기술이 부족한 중동과 아프리카 저개발국에 사회 인프라를 깔아주는 대가로 천연자원을 확보하는 ‘주식회사 중국’의 전략은 새 발의 피 수준. 모잠비크에선 중국 기업에 채용된 건설노동자가 한 달간 하루도 못 쉬고 일해도 최저 생계비(약 110유로)에도 못 미치는 임금(75∼87유로)만 받는다. 잠비아 광산 노동자는 안전을 도외시한 채굴 환경에서 목숨을 내놓고 일해야 한다. 과연 중국이 ‘노동자와 농민이 주인이며 노동자의 국제연대를 중시하는’ 가치 위에 세워진 나라가 맞나.

투르크메니스탄이나 카자흐스탄에서는 석유 확보를 위해 정치인들에게 뇌물을 뿌리고 심지어 무기까지 제공한다. 중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막가파’로 변할 수 있는 ‘중국식 자본주의’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 책은 전 세계 자원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 중국식 자본주의가 지구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도 비중 있게 소개한다. 러시아나 모잠비크에서 중국이 주도한 무분별한 벌채로 인한 종 다양성 파괴는 매년 중국발 황사로 고통받는 한국에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브레이크가 없는 폭주 기관차 같은 중국식 자본주의 시스템에 변화의 가능성이 있을까? 저자들은 회의적이다. 현 시스템이 중국 지배엘리트에게 엄청난 경제적 이득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이런 나라를 제1위 교역상대국으로 두고 지척에서 살아야 하는 한국인에게는 이래저래 착잡한 결론이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중국뿐인 세상#중국경제#중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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