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성적 욕망을 여과없이 드러낸 유대인 소년의 독백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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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노이의 불평/필립 로스 지음·정영목 옮김/408쪽·1만4800원·문학동네

어머니는 소리친다. “조심해! 하지 마! 앨릭스, 안돼!” 누나를 똥이라고 불렀다고 입을 세탁비누로 박박 닦고 집 밖에서 패스트푸드를 먹었을까 봐 아들의 대변까지 검사하려고 한다. 아버지는 흑인 빈민가를 담당하는 보험 판매원이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가족을 위해 희생하지만 안팎으로 무시당하고 늘 변비와 두통에 시달린다.

주인공 앨릭잰더(앨릭스) 포트노이는 1933년 미국 유대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소설은 서른 중반의 엘리트 변호사 포트노이가 정신과 의사에게 자신의 불행한 일생을 격정적으로 털어놓는 독백으로 가득 차 있다. 저속하고 상스러운 불평 속에 그는 중산층 유대인 가정의 이민 2, 3세대들이 성공에 대한 부담과 유대교의 규율에 얼마나 짓눌려 살아가는지를 폭로한다.

포트노이는 부모 세대가 강요하는 기대와 금기를 거부하고 욕망을 긍정하며 자유를 추구한다. 엇나가는 포트노이는 이방인 소녀들을 쫓아다니고, 자신을 옥죄는 부모의 구속에서 탈출하기 위해 자위행위를 하며 순간적 쾌락에 빠져든다. 구멍 뚫린 사과, 쓰레기통에 감춰둔 빈 우유병, 정육점에서 구입한 간 조각까지 서슴없이 이용하는 소년의 ‘손장난’을 거칠고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손장난을 하루에 한 번으로만 줄일 수 있다면. 아니 두 번, 아니 세 번만으로 버틸 수 있다면! 하지만 곧 영원한 망각이 찾아들 거라는 생각이 들자 나는 오히려 신기록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식사 전에. 식사 후에. 식사 도중에. 식탁에서 벌떡 일어나며 비극적인 동작으로 배를 움켜잡는 거죠. 설사예요!”

1969년에 발표한 이 작품은 36세이던 유대계 미국 소설가 필립 로스(81)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겨준 문제작이다. 이제는 해마다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로 꼽히는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과거 유대계 미국인 소설에서 찾아보기 힘든 인물을 빚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사춘기 소년의 자위행위에 대한 상세한 묘사와 수시로 등장하는 비속어 때문에 격찬과 혹평이 팽팽히 맞섰고 미국 도서관들은 이 책을 금서로 지정하기도 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포트노이의 불평#유대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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