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G제로 시대… 국가와 기업은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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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가 사라진 세계/이언 브레머 지음·박세연 옮김/356쪽·2만2000원·다산북스

주요 7개국(G7)과 주요 20개국(G20)은 정치·경제적 실체다. 30여 년간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옹호해온 G7이 2008년 금융위기를 맞아 한계를 드러내자 대안으로 나온 게 G20이다. 반면 주요 2개국(G2)은 실체가 아니라 용어 규정이다. 미국 경제학자 프레드 버그스텐이 2005년 ‘미국과 세계경제’라는 책에서 미국과 중국을 뜻하는 말로 G2를 처음 사용했다.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은 여기서 더 나아가 ‘G제로(G0)’란 용어를 만들어냈다. 자신의 책 ‘리더가 사라진 세계: G제로 세계에서의 승자와 패자(Every Nation For Itself)’에서다.

저자는 G0는 ‘글로벌 리더십이 사라진 진공상태’이며 바로 지금이 G0 시대라고 말한다. 그의 인식은 미국이 대규모 채무국으로 전락하면서 70년간 유지해온 힘을 잃었다는 데서 시작한다. 세상에는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국가나 국가연합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럽은 길을 잃었고, G7은 이제 의미가 없고, G20은 무엇 하나 합의하지 못하는 등 제대로 굴러가지 않으니 G0 시대라는 주장이다.

그는 G0 시대를 크림 반도 같은 지역 분쟁을 비롯해 기후변화, 환경오염, 식량난, 물 부족 문제 등 재앙의 인큐베이터 시대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태가 앞으로도 최소 10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 시기는 위기이면서 동시에 기회일 수 있다. 여러 변수를 고려해 G0 시대의 변화 가능성을 G2 공조, G20의 조화, 냉전 2.0, 분열 등 4가지 시나리오로 분석해 세상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국가와 기업들은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도 설명하고 있다.

한국과 같은 신흥국은 여러 나라와 다양한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이른바 ‘중심축 국가(Pivot State)’가 돼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각국의 기업들도 변화하는 환경에 재빨리 적응하고 다양한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생존 해법이라고 말한다. 끝으로 글로벌 리더십 진공상태는 메워지게 마련이라면서 가장 유력한 리더 국가로는 몇 가지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여전히 미국을 꼽았다.

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
#리더가 사라진 세계#G제로#글로벌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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