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神童’ JFK는 왜 베트남전 수렁에 빠져 들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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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인재들
데이비드 핼버스탬 지음/송정은 황지헌 옮김/1104쪽·4만8000원·글항아리

미국 존 F 케네디 행정부가 자랑했던 최고의 브레인들이 왜 베트남전의 수렁에 빠져들어갔는지를 심층 인터뷰로 재구성한 미국 뉴저널리즘의 전범으로 불리는 책이다. 1972년 출간된 이후 미국 정치학 역사학 언론학에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책이지만 11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으로 인해 42년 만에야 번역됐다.

저자인 데이비드 핼버스탬(1934∼2007)은 1964년 뉴욕타임스 베트남 특파원으로서 베트남전의 추악한 이면을 보도해 30세의 나이에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그는 1967년 하퍼스 매거진으로 옮겨가 잡지기자로 베트남전 관련 심층취재를 계속하다가 케네디 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맥조지 번디와의 인터뷰를 토대로 ‘맥조지 번디의 매우 값비싼 교육’이라는 2만 자 분량의 기사를 썼다.

이 기사는 매우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미국 사회에서 신화적 존재가 된 케네디 행정부의 오판이 미군의 베트남전 참전을 낳았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케네디 행정부의 핵심 인사였던 번디는 예일대에서 가장 똑똑한 학생으로 꼽혔고, 하버드대 최연소 학장의 기록을 지닌 미국 동부 주류사회의 스타였기에 하퍼스 매거진의 소유주인 존 콜스 주니어까지 나서 핼버스탬을 비난했다. 하버드대 출신인 핼버스탬은 이런 압력에 맞서 500회의 인터뷰를 포함해 2년 반에 걸친 취재와 1년 반에 걸친 집필로 이 책을 내놨다.

책의 제목(원제 The Best and the Brightest)엔 ‘하버드 클럽’으로 불렸던 케네디와 존슨 행정부 인재들이 오만과 편견에 빠져 잘못된 판단을 내렸고 이후에도 숫자놀음과 관료주의에 젖은 채 이를 바로잡지 못한 ‘헛똑똑이’였다는 풍자가 담겨 있다. 여기엔 번디는 물론 그의 후임이 된 예일대와 옥스퍼드대를 거친 월트 로스토, 포드자동차 사장 출신으로 최연소 국방장관이 됐던 로버트 맥나마라 같은 ‘위즈 키즈(whiz kids·신동)’만 있는 게 아니다. 딘 러스크 국무장관처럼 노련하지만 우유부단한 관료와 윌리엄 웨스트모얼랜드 사령관 같은 야심 많은 군인 그리고 린든 존슨 대통령처럼 대책 없는 낙관주의에 빠진 정치인도 빼놓을 수 없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최고의 인재들#미국 정치#역사#베트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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