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글로벌 북 카페]“월급은 독자가 주는거야”… 편집자 눈으로 본 만화업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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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 과장’ 누르고 日서 직업관련 만화 1위 오른 ‘중판출래’

일본은 만화 대국이다. 편의점에서 만화를 쉽게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지하철에서 만화를 읽는 사람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신문이 만화 판매 순위를 집계하기도 한다. 실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해 말 직업과 관련된 만화의 1년 판매 순위를 집계해 발표했다. 10위 안에 드는 작품 중 한국 독자가 알 만한 것도 꽤 있었다.

대표적인 작품이 2위를 차지한 ‘시마 과장’. 1983년부터 일본 만화 주간지 ‘모닝’에 연재되고 있는 기업 만화로 샐러리맨 직업 만화의 시대를 연 작품이다. 주인공 시마 고사쿠(島耕作)가 일본 전자회사인 하쓰시바전산(파나소닉이 모델)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사장에 오르는 과정을 그렸다. 시마 과장, 부장, 임원, 상무, 전무, 사장편 등 총 69권의 단행본이 출판됐으며 약 4000만 권이 팔렸다. 한국어로도 번역돼 나와 있다.

‘우주형제’가 3위를 차지했다. 어릴 때부터 우주에 대한 동경을 품은 형제에 대한 이야기로 우주비행사가 돼 가는 두 주인공의 모습을 그렸다. 영화로도 만들어질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9위는 미국 애플의 창업자 전기인 ‘스티브 잡스’다. 잡스의 전기를 기초로 그린 작품이다.

1위는…. 제목도 생소한 ‘중판출래(重版出來)’다. 일본어로는 ‘슈한슛타이’로 읽는다. 인기 서적을 증쇄한다는 의미다. 출판 관련 만화로 여성 주인공이 만화 편집자로서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다.

일본 만화 중 출판업계의 내막을 그린 작품은 비교적 많다. 하지만 이 작품은 주인공인 편집자에 그치지 않고 만화가, 출판사 영업사원, 서점원 등 만화 제작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 관련된 인물을 자세히 그렸다. 만화를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업무도 파악할 수 있다.

주인공은 사고로 유도를 단념한 강철 체력을 자랑하는 여성. 출판사에 취직해 유명 작가의 원고를 받으러 가는 허드렛일부터 시작했다. 작가의 원고가 제때 나오지 않으면 피가 말랐다. 작가의 작품을 1차적으로 살펴보고 의견을 개진해 더 좋은 작품으로 만드는 것도 편집자의 몫이다. “월급은 회사가 주는 것이 아니다. 독자가 주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대목도 나온다. 독자들이 책을 더 읽어 보고 싶도록 만드는 게 편집자의 궁극적인 업무라는 것이다. 변화한 시대에 맞춰 인터넷 교류 사이트를 통한 편집자 및 만화가와 독자의 대화 방법, 과거 작품을 전자서적으로 만드는 과정 등도 자세히 묘사돼 있다.

1권은 지난해 3월에 출판됐다. 최근 기자가 서평을 쓰기 위해 서점에 책을 부탁했더니 “3주 정도 걸린다”고 했다. 2권의 경우는 주문 일주일 만에 서점에 도착하지만 1권은 재고가 없단다. 중판출래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한편 일본 직업 만화는 해가 지날수록 확대되는 추세다. 제2차 세계대전 전인 1930년대는 출세가 주된 테마였다. 1970년대 동경하는 직업, 1980, 90년대 샐러리맨 주인공을 거쳐 2000년대에는 여성을 주제로 한 직업 만화가 많이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문가들로부터 추천받은 130편의 만화를 직업별로 나눈 결과 ‘음식 서비스’ 관련이 가장 많았고 의료 복지, 출판 편집의 순이었다.

도쿄=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중판출래#만화업계#일본#시마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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