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이 책, 이 저자]‘욕망의 코카콜라’ 펴낸 김덕호 교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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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부터 노숙자까지 마시는 음료 ‘코크’, 막대한 광고 통해 필요가 아닌 욕망을 자극”

미국식 소비자본주의의 상징으로서 코카콜라의 역사를 다룬 ‘욕망의 코카콜라’를 펴낸 김덕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미국식 소비자본주의의 상징으로서 코카콜라의 역사를 다룬 ‘욕망의 코카콜라’를 펴낸 김덕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983년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뉴욕 JKF국제공항에 막 도착했을 때였어요. 마중 나온 친구가 피자와 콜라를 사 주더군요. 피자의 느끼함을 잡아 주던 콜라의 청량감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아요. 물론 그때는 콜라를 주제로 책을 쓸 거란 상상조차 못 했죠.”

김덕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양학부 교수(역사학)가 쓴 ‘욕망의 코카콜라’(지호)는 오늘날 전 세계인의 음료가 된 탄산음료 코카콜라의 탄생부터 세계화를 소비자본주의와 욕망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낸 대중 역사서다. 애초 건강 음료이자 금주법을 피할 수 있는 술 대용품으로 발명된 코카콜라가 어떻게 미국인들의 ‘국민 음료’로 자리 잡았고, 2차 세계대전과 팍스 아메리카나(미국 주도의 평화) 시기를 거치면서 글로벌 제국으로 우뚝 섰는지를 풍부한 사료를 통해 분석한 책이다.

“뉴욕주립대에서 미국 금주법에 대한 박사 논문을 준비하며 워크숍을 듣는데 담당 교수가 ‘논문을 쓸 때는 비판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며 자신이 학술지에 투고했다가 빨간 펜으로 수정 지시를 받은 논문을 보여 줬어요. 전후 프랑스의 반미운동에서 미국화의 상징으로서의 코카콜라에 대해 다룬 논문이었죠. 그때부터였죠. 탄산음료에 불과한 코카콜라도 파다 보면 ‘물건’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게.”

이런 생각은 결국 그가 2000년 1년간 연구안식년을 보낼 장소로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 있는 에모리대를 선택하게끔 했다. 코카콜라 본사가 애틀랜타에 있는 데다, 코카콜라의 오너가 기증한 땅에 세워진 에모리대는 코카콜라에 관한 자료도 다수 소장하고 있어 그의 연구에 안성맞춤이었다.

“에모리대 도서관에는 코카콜라사의 3대 사장이자 코카콜라의 전 세계적 확장기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빅 보스’ 로버트 우드로브의 사후에 기증된 엄청난 분량의 코카콜라 관련 자료가 보관돼 있습니다. 이 외에도 코카콜라가 해외 직원들의 소식을 전하려 만든 사보 ‘코카콜라 오버시스(해외의 코카콜라)’를 비롯해 코카콜라의 각종 광고와 홍보 자료도 풍성해서 그야말로 자료 속에 푹 파묻혀 살 수 있었습니다.”

그는 미국식 소비자본주의와 미국적 삶의 상징인 코카콜라는, 인간 본성에 숨은 욕망을 창조하고 확대 재생산한다는 점에서 청량음료 그 이상의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동전 몇 개만 있으면 대통령부터 노숙자까지 똑같은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코카콜라가 소비의 민주화를 이끈 측면도 있지요. 하지만 막대한 광고를 통해 필요(needs)가 아닌 욕망(desire)을 자극하고 소비의 무한 확대를 통해서만 유지되는 이런 삶의 방식이 과연 지속 가능한지 그리고 바람직한지에 대해 저는 회의적입니다.”

그는 한국 사회에도 이런 삶의 방식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일종의 소비 정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소비자는 몰정치적, 탈정치적이라고들 생각하지만, 깨어 있는 소비자가 곧 시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처럼 건강에 해로운 탄산음료에 소비세를 부과하거나, 무절제한 소비사회의 대안을 고민하는 움직임이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겁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욕망의 코카콜라#김덕호#소비자본주의#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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