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여행 준비하면서 조금씩 크는 아이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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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에그타르트/김혜정 글·최혜원 그림/192쪽·9500원·웅진주니어

웅진주니어 제공
웅진주니어 제공
문학은 인간에게 삶에 대한 믿음과 더 나은 세상에 대한 희망을 일깨우는 역할을 합니다. 동화는 아이들의 문학입니다. 아이들의 시각으로 보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은 동화를 통해 사람과 나에 대해 생각합니다. 좋은 동화는 아이에게 세상에 대한 믿음을 가지게 하고, 꿈꾸게 합니다.

이야기는 학교 앞에 새로 생긴 ‘에그에그’란 곳에서 시작됩니다. ‘에그타르트’란 걸 파는 가게네요. 네 명의 친구가 맛을 봅니다. 달고 부드럽고 예뻤습니다. 지금까지 먹어 본 어느 것보다 맛있다고 네 친구 모두가 생각합니다. 에그타르트? 인터넷에서 떠도는 레시피대로 만들어 보면 되지 않을까? 네 명이 의기투합합니다. 결과는 실패입니다. 안 달고, 딱딱하고, 비리기까지 하네요.

에그타르트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그것의 원조인 마카오로의 여행을 생각합니다. 여행 계획을 짜고 돈을 모아 보지만 현실은 아득하기만 합니다. 돈도 없고, 아이들끼리 갈 수도 없고, 어른들은 반대합니다. 마카오 여행, 못 가는 걸까요?

이 책을 쓴 작가는 길을 따라 가는 로드 무비 같은 이야기와 여자친구들 간의 감정선을 잘 살린 글을 많이 써 왔습니다. 이 책도 그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길을 떠나려는 네 친구 간의 설렘이 그 나이에 맞는 무게로 잘 전달됩니다. 우선 가야 한다는 서툰 당위성에 웃음도 나지만 자료를 조사하고 부모들을 설득하는 모습이 여행을 떠나는 것 못지않게 속도감 있고 흥미롭습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아이들은 주변을 살피고, 친구를 다독이고, 또 다른 내일을 기다리며 조금씩 성장해 갑니다.

다 읽고 나니, 아이들이 여행을 가고 못 가고는 중요하지 않아 보입니다. 조금씩 커 가는 아이들은 이미 인생이란 여행길에 올라서 있네요. 마카오, 언젠가 갈 것이라 믿습니다. 천천히, 자신의 힘으로, 즐겁게 말이죠.

에그타르트란 꿈이 마카오가 되고 포르투갈이 되는 걸 보면서 삶을 생각합니다. 여행이 즐거운 건 계획할 때이고, 삶이 즐거운 건 꿈을 꿀 때입니다. 지금 꿈이 있나요? 이 동화가 그렇게 질문하고 있습니다.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
#우리들의 에그타르트#실패#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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