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재즈광 하루키가 끼적이듯 쓴 에세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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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레이트 인 재즈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와다 마코토 그림·김난주 옮김/356쪽·1만7500원/문학사상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이 뜬구름처럼 추상적인 동시에 손에 잡힐 듯 회화적인 것은 재즈의 영향 때문일지 모른다. 작가가 되기 전 재즈 바까지 경영했던 유명한 재즈광인 저자가 낸 재즈 에세이다. 국내에 ‘재즈 에세이’ ‘또 하나의 재즈 에세이’로 소개된 두 책을 묶으면서 내용을 보완해 새로 펴냈다.

쳇 베이커, 엘라 피츠제럴드, 마일스 데이비스 같은 전설적인 재즈 음악인 55명의 이야기를 뮤지션별로 서너 장씩 할애해 소개했다. 재즈의 역사나 기본 문법이 낯선 사람들에겐 음악이론서보다도 더 불친절한 책이다. 저자가 서문에서 스스로 경고했듯 내용은 거두절미와 인상비평으로 가득하다. 각 장 마지막에 음악인의 간단한 약력을 곁들였지만 너무 짧다. 말 그대로 저자가 늦은 밤 재즈가 담긴 LP 레코드를 틀어놓고 맥주 한 잔을 곁들여 끼적인 가벼운 일기 같은 산문 모음이다.

심심찮게 삼천포로 빠진다. 찰리 파커를 다룬 장의 마지막에 하는 ‘찰리 파커에 대해 쓴다면서 버디 리치 얘기만 늘어놓고 말았다’는 귀여운 고백은 사실이다. 패츠 월러를 소개하며 대표작으론 허브 겔러의 것을 추천한다.

저자의 다른 에세이들처럼 통찰력과 표현력이 남다른 일기로 생각하면 너그러워진다. ‘지터버그 왈츠’(패츠 월러)의 악상을 ‘라이트 마이 파이어’(도어스)의 오르간 전주와 겹쳐내는 주관적 해석은 돋보인다.

이 책을 반가워하며 공감각적 허기를 채울 친구 두 명이 떠오른다. 한 명은 재즈평론가다. 책장을 넘기면서 독백으로 무라카미의 편향된 해석에 동의하거나 반대하며 그는 열띤 가상 토론을 벌일 것이다. 다른 한 명은 무라카미의 모든 작품을 무조건 수집하는 친구다. 그는 저자가 소개한 음악인과 음반들을 낱낱이 찾아보며 재즈의 바다를 향해 천천히 걸어 들어갈지도 모른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무라카미 하루키#재즈#포트레이트 인 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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