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무한에너지 반물질… 1g에 100경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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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물질/프랭크 클로우스 지음·강석기 옮김/288쪽·1만5000원/MiD

물질로 이뤄진 지구인이 반물질로 이뤄진 외계인을 만난다면 절대로 악수를 해서는 안 된다. 물질과 반물질이 닿으면 엄청난 에너지를 내놓으며 소멸하기 때문이다.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 제공
물질로 이뤄진 지구인이 반물질로 이뤄진 외계인을 만난다면 절대로 악수를 해서는 안 된다. 물질과 반물질이 닿으면 엄청난 에너지를 내놓으며 소멸하기 때문이다.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 제공
이 우주에 지구와 똑같이 생긴 행성이 있고 우리와 꼭 닮은 외계인이 있다. 그런데 우리가 그들과 만나 악수를 하는 순간 핵폭탄의 수백 배를 능가하는 엄청난 폭발과 빛이 발생한다. 외계인들이 우리를 구성하는 물질과 전자기에너지가 정반대인 반물질(antimatter)로 구성된 몸을 지녔기 때문이다.

반물질에 대해 얼마간 공부한 사람이라면 이런 상상력을 발휘하기 쉽다.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의 양성자가 양전하, 전자가 음전하를 띤다면 반물질은 양성자(반양성자)가 음전하, 전자(양전자)가 양전하를 띤다. 그래서 둘이 만나면 서로를 완전 소멸시키며 엄청난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보통 우리가 음식을 섭취하고 배설하면서 뽑아 낸 에너지의 양은 음식물 질량의 10억분의 1에 불과하다. 질량의 10억분의 1만 에너지가 된다는 얘기다. 핵반응을 통하면 그 비율이 100분의 1로 늘어난다. 반물질을 이용하면 질량의 100%가 에너지로 전환 가능하다. 반물질 0.5g으로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위력이 가능하다.

그만큼 엄청난 에너지원이기에 반물질은 SF소설가와 군수산업가를 매혹시킨다. 댄 브라운의 소설 ‘천사와 악마’에서도 갈릴레이 이래 로마 가톨릭교회의 탄압을 받던 한 과학자 집단이 바티칸을 위협할 때 쓰는 무기가 반물질 폭탄이다. SF시리즈의 고전인 ‘스타트렉’의 우주선 엔터프라이즈호의 동력도 물질과 반물질의 융합을 통해 얻는다.

영국 옥스퍼드대 물리학 교수인 저자는 이를 난센스라고 일축한다. 반물질은 138억 년 전 우주가 탄생할 때 만들어졌지만 대부분 물질과 부딪혀 사라졌다. 이는 ‘카인(물질)과 아벨(반물질)은 형제/이들의 부모는 최초의 부모(빅뱅)/그리고 한 자식이 다른 자식을 죽였지’라는 위트 넘치는 시로 표현될 수 있다.

물론 반물질이 완전 소멸된 것은 아니다. 우주배경복사에 그 잔재가 남아 있다. 태양에서도 반물질이 만들어진다. 태양의 중심부에서 양전자가 만들어졌다가 바로 전자와 충돌해 폭발하면서 감마선이 방출된다. 이 감마선이 10만 년에 걸쳐 태양 표면에 도달하면서 X선이 되고 다시 자외선이 됐다가 지구 표면에 닿을 때 무지갯빛이 된다.

지구상에서도 반물질을 만들어 낼 순 있다. 하지만 반물질을 인공으로 만들어 내는 데 드는 에너지의 비용은 반물질 소멸로 나오는 에너지의 가치보다 훨씬 크다. 저자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다이아몬드는 1g에 6200만 원이지만 반물질은 1g에 7경 원으로 평가된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기술로는 수백억 원을 들여 1년 내내 겨우 1ng(나노그램·1ng은 10억분의 1g)을 만들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반물질 1g을 입수하려면 수억 년에 걸쳐 100경 원의 비용을 들여야 가능하단다.

책을 읽다 보면 난해한 양자역학의 세계에도 자연스럽게 입문하게 된다. 양자역학에 적용되는 슈뢰딩거 방정식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공식(E=mc²)을 하나로 통합한 수학자 폴 디랙(1902∼1984)에 의해 반물질의 이론적 존재 가능성이 먼저 입증됐다는 극적 설명도 흥미롭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반물질#에너지#양자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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