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목놓아 울던 청춘의 피꽃’을 찾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한국의 동백나무/안영희 지음/300쪽·2만8000원/김영사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의 장편소설 ‘춘희’와 이탈리아 음악가 베르디가 이 소설을 각색해 작곡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가 소재로 삼은 꽃나무, 중국에선 ‘해홍화(海紅花)’나 ‘해석류(海石榴)’, 일본에선 ‘쓰바키(椿)’라 불리고, 과거 여인들의 몸단장에 쓰인 기름을 얻던 식물,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의 노래 제목에 나오는 꽃나무….

아름답지만 향기가 없는 꽃 동백(冬栢)이다. 일본 홋카이도대에서 농학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중앙대 식물시스템과학과 교수인 저자가 쓴 이 책은 동백나무의 이름과 품종, 생태적 특성과 재배법에 이르기까지 동백나무에 대한 지식을 총망라했다. 저자는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식물이자 생물 자원으로서 잠재 가치가 높은 동백나무가 국내에서 ‘왜색이 짙다’는 오해를 받는 상황이 안타까워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동백나무의 생태나 조경법 등 식물학적 지식도 유용하지만, 식물학에 문외한인 독자라도 흥미를 가질 만한 내용이 적지 않다. 동백꽃이 상징하는 열정과 절제, 겸손함은 예부터 동서양 문인들에게 창작의 영감을 제공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중종 임금이 귤 매화와 함께 동백을 시제로 제시하고 율시를 지으라고 명했다는 기록이 있고, 청마 유치환은 그의 시에서 동백꽃을 ‘목 놓아 울던 청춘의 피꽃’이라고 했다. 1979년 중국 덩샤오핑의 미국 방문 때 미국 정부가 붉은색과 흰색 동백꽃 1500송이로 환영식장을 장식했다는 일화도 흥미롭다.

김유정 소설 ‘동백꽃’에 등장하는 동백이 실제로는 생강나무라는 추리도 재미있다. 소설 본문에 ‘노란 동백꽃’이란 표현이 나오는데, 이는 강원도와 경기도 일대에 자생하며 3월경 노란 꽃이 피는 생강나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장기간의 연구를 통해 축적한 풍부한 문헌과 사진 자료를 기반으로 자생 동백나무와 외국 품종들의 특징을 상세히 정리했다. 동백꽃의 아름다운 자태를 감상할 수 있는 국내의 대표적 군락지 14곳을 소개하는 대목은 독자들에게 선사하는 보너스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한국의 동백나무#이름#품종#생태적 특성#재배법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