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욕망 권하는 사회에 맞설 무기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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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절제 사회/대니얼 액스트 지음·구계원 옮김/404쪽·2만5000원/민음사

케이크를 쳐다보는 아이의 눈망울이 말해주듯 맛있는 게 있으면 먹고 싶은 게 인지상정. 하지만 현대사회는 너무 많은 유혹거리가 쏟아지며 갈수록 인류의 자제력을 시험대에 오르게 한다. 그렇기에 자기 절제가 역설적으로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됐다. ⓒ Getty Images
케이크를 쳐다보는 아이의 눈망울이 말해주듯 맛있는 게 있으면 먹고 싶은 게 인지상정. 하지만 현대사회는 너무 많은 유혹거리가 쏟아지며 갈수록 인류의 자제력을 시험대에 오르게 한다. 그렇기에 자기 절제가 역설적으로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됐다. ⓒ Getty Images
우리도 안다. 넘치는 건 모자람만 못하다. 세상만사 안 그런 게 없다. 다만 알긴 아는데 뜻대로 안 된다. 살짝 부족할 때 숟가락을 놓을 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부지불식간에 감정을 터뜨리고 후회하는 일도 숱하게 많다. 자기 절제, 자신을 다스리는 일은 말처럼 녹록지가 않다.

저자가 볼 때 현대사회는 이런 자기 절제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하긴 주위를 둘러보라. 군침 도는 먹거리부터 근사한 옷과 가방, 날렵하고 매끈한 자동차…. 갖고 싶고 하고 싶은 것들이 하루 종일 눈앞에서 어른거린다. 술은 줄여야겠고, 담배는 끊어야겠고, 살은 빼야겠는데…. 물론 이런 절제에 성공하는 이들도 꽤 된다. 하지만 옛날, 아니 바로 인터넷이 흔하지 않던 십수 년 전만 떠올려보자. 지금의 인터넷 중독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아예 존재조차 하질 않았으니. 세상이 발전할수록 유혹은 점점 늘어나고 강력해진다.

미국 뉴욕타임스 저널리스트로 여러 소설과 논픽션을 쓴 저자는 이런 뜻에서 현 시대를 ‘과잉의 시대’로 명명한다. 사실 이 책의 원제는 ‘자기 절제 사회’가 아니라 ‘과잉 시대의 자기 절제(Self-control in an Age of Excess)’다. 자기 절제를 무너뜨리는 유혹은 넘쳐나고 그로 인해 인간의 욕망도 흥청거리는데, 어떻게 해야 이를 조절하고 관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보자는 취지다.

책은 전반부 상당량을 할애해 21세기가 얼마나 자기 절제가 힘든 시대인지 갈파한다. 하지만 육체적이건 정신적이건 인간의 본성 자체가 쉽게 통제력을 잃는다는 점도 놓치지 않았다. 그 가운데 하나로 작용하는 게 ‘시간적 비일관성’이라는 심리학적 요인이다. 한마디로 인간은 때에 따라 이랬다저랬다 자기 합리화에 도가 텄다는 얘기다. 정신이 말짱한 낮에는 금주를 결심했다가도, 업무에 지친 저녁에는 열심히 일했으니 술 한 잔은 작은 보상이 아니겠느냐며 스스로를 다독거리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물론 이런 비일관성이 삶을 적절히 버텨내는 윤활유로도 작용하지만, 절제라는 측면만 놓고 보면 고약한 악마인 셈이다.

‘자기 절제 사회’는 참 요상한 책이다. 일단 범주를 규정하기가 힘들다. 온갖 분야의 다양한 지식이 버무려져, 철학서적도 문예비평서도 과학책도 아닌 책이 등장했다. 그러다보니 작가의 현란한 드리블은 멋들어지지만 정작 어느 골대를 노리고 있는 건지는 아리송하다. 결론에 해당하는 마지막 장의 제목도 ‘카르페 디엠(carpe diem·현재에 충실하라)’이라니.

하지만 전제했듯 이 빼어난 드리블 솜씨를 보는 맛은 놓치기 아깝다. 다소 현학적이나 클래식 문학과 현대 대중예술, 진화생물학과 고대 그리스철학까지 넘나드는 재미가 꽤나 근사하다. 소설가여서 그런지 문장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래, 코트를 휘젓고 끝내주는 패스를 해줬으면 됐지 더이상 뭘 바랄까. 슛을 쏠지 말지, 결정은 독자가 스스로 해야지.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자기 절제 사회#욕망#자기 절제#시간적 비일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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