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110년 전의 비엔나로 시간여행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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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 1900년: 삶과 예술 그리고 문화
크리스티안 브란트슈태터 외 지음·박수철 옮김/464쪽·4만5000원·예경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오스트리아 빈은 음악 미술 철학 문학 건축 정신의학에서 새로운 조류가 태동한 유럽 전위파의 집결지였다. 그림은 테오도어 차셰의 ‘빈 풍의 우아한 케른트너 거리 산책로의 모습’(1908년)의 복제화. 구스타프 말러, 오토 바그너, 아르놀트 로제 등 당대 예술가들의 얼굴이 보인다. 예경 제공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오스트리아 빈은 음악 미술 철학 문학 건축 정신의학에서 새로운 조류가 태동한 유럽 전위파의 집결지였다. 그림은 테오도어 차셰의 ‘빈 풍의 우아한 케른트너 거리 산책로의 모습’(1908년)의 복제화. 구스타프 말러, 오토 바그너, 아르놀트 로제 등 당대 예술가들의 얼굴이 보인다. 예경 제공
몇 년 전 휴가차 오스트리아 빈(비엔나)에 도착했을 때 짐을 풀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시내 중심가에 나가 전차를 타는 것이었다. 영화 ‘비포 선라이즈’에서 이선 호크와 줄리 델피가 기차에서 처음 만나 빈에 함께 내리자마자 탔던 그 전차 말이다. 둘레 약 4km인 말발굽 모양의 링(Ring) 대로를 따라 도는 이 전차에서는 19세기에 조성된 국립오페라하우스, 왕궁 정원, 미술사박물관, 궁정극장, 시청사, 국회의사당 같은 문화공간과 건축물을 한번에 돌아볼 수 있다. 이 아름다운 예술의 도시로부터 환영사를 듣는 황홀한 의식이랄까.

1900년을 전후한 시기 빈의 예술을 총체적으로 집약해 놓은 이 책을 읽으니 다시 빈으로 떠나 전차에 오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이번엔 책의 내용을 한 글자도 빠뜨리지 않고 몽땅 머릿속에 집어넣은 채로….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빈은 음악 미술 철학 문학 건축 정신의학에서 새로운 조류가 태동한 유럽 전위파의 집결지였다. 21세기의 학문적 예술적 진보는 상당 부분 110여 년 전의 빈에 빚지고 있다. 특정 시점의 특정 도시에 대해 상세히 써 놓은 이 두꺼운 책이 가치 있는 이유다.

당시 빈에서 활동한 인물들의 면면만 봐도 화려하다. 음악가 구스타프 말러, 아널드 쇤베르크,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실레, 건축가 오토 바그너, 요제프 호프만, 아돌프 로스, 문인 카를 크라우스, 후고 폰 호프만슈탈, 아르투어 슈니츨러, 정신분석의 창시자 지크문트 프로이트,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세기 전환기의 오스트리아 예술계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된 것은 1897년 클림트를 회장으로 한 ‘분리파’의 결성이었다. 보수적인 기존 예술가 집단에서 분리해 나와 자유로운 표현을 추구했던 이 모임의 성격은 분리파 기관지인 ‘성스러운 봄’의 1898년 창간호 글귀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채색화와 데생을 통해 자기 영혼을 드러내기를 바라는 사람은 누구나 자동으로 협회의 일원이다.” 당시 빈에 꽃피운 화려한 예술세계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1908년 빈 예술전람회에 선보여 극찬을 받은 클림트의 작품 ‘키스’다.

저자들은 ‘빈의 황금기’에 활동한 예술가들을 조명하고 그들의 교류상을 보여 주는 데서 나아가 당시 사회상을 극장과 카바레, 카페, 문학, 음악, 정신분석학, 철학과 과학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특히 1900년 빈 구석구석을 차지한 600여 개의 카페는 새로운 양식의 미술 음악 건축 문학이 태동하고 정치와 과학이 논의되는 공간이었다. 그중 이름을 떨친 카페 첸트랄의 손님 명단은 페터 알텐베르크부터 슈테판 츠바이크까지 온갖 문학운동 세력을 망라한 빈 문학계의 안내서와도 같았다. 알텐베르크는 카페 첸트랄을 본인의 주소로 사용할 정도였다.

이 책은 결코 만만한 문화개론서나 가이드북이 아니다. 당시 유럽의 문화 전반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어야 이를 총체적으로 직조해 놓은 저자들의 분석을 따라갈 수 있다. 컬러 도판 700여 점이 실려 있어 110여 년 전 빈으로의 시간여행이 더욱 생생하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비엔나 1900년: 삶과 예술 그리고 문화#구스타프 클림트#지크문트 프로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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