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관능의 손짓 너머에 기다리는 진지함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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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터문/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함유선 옮김/395쪽·1만2000원·그책

금기의 빗장이 열리는 것일까. 에로티시즘을 앞세운 책들이 출판시장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엄마들을 위한 포르노’라 불리는 E L 제임스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 출간에 이어 이번에는 성애 소설의 고전들을 묶은 에디션 D(Desire) 시리즈가 전열을 정비했다.

에디션D는 이 책 ‘비터문’과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부영사’를 새로 출간했고, 조세핀 하트의 ‘데미지’, 제임스 발라드의 ‘크래시’, 엘리자베스 맥닐의 ‘나인 하프 위크’를 재출간했다. 시리즈는 총 20권으로 완간된다. ‘비터문’은 한 호화여객선에서 만난 치명적인 매력의 여성 레베카에게 애인도 있는 디디에가 흔들린다는 내용.

1993년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영화로 만든 ‘비터문’처럼 시리즈에 들어 있는 소설은 모두 영화화됐다. 화면에서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던 대사와 상황의 함의를 텍스트를 통해 찬찬히 읽는 재미를 맛볼 수 있다. 다만 ‘단순하고 뜨거운 것’을 기대했다면 실망하기 쉽다. 예스런 문체에 30여 년 전 발표된 소설의 시대 상황을 따라가다 보면 진지해질 수밖에 없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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