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햇살 하나만 있어도 웃음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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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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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에 햇살 냄새/유은실 글·이현주 그림/88쪽·8500원·비룡소

이 책은 여러분 주변에 있을 법한 보통 아이들 이야기입니다. 네 가지의 짧은 이야기 속에 아이들 마음이 아주 재미있게 들어 있습니다. 거기에 대응하는 어른들의 모습도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도를 좋아하는 아이’에 나오는 친구는 누구 말에나 ‘나도 그런데’ 하는 아이입니다. 어느 날 그 아이를 집에 데려갑니다. 그 아이의 ‘나도’에 질린 엄마는 자신의 모든 순발력을 동원해 그 아이를 이겨 버립니다. 그리고 통쾌해하죠. 아이와의 말싸움에서 이겼다고 신이 난 엄마,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는 친구의 뒷모습이 쓸쓸합니다.

‘백일떡’의 주인공은 갓난 동생이 못마땅한 맏이의 이야기입니다. 어른들은 동생만 예뻐 하고, 주인공의 마음은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동생은 ‘기다려서’ 생기고 자신은 ‘덜컥’ 생겼다는 엄마의 말은 자신의 존재를 더욱 초라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기도하는 시간’의 주인공은 순진무구형입니다. 아이스크림을 앞에 놓고 기도를 시작한 어른들. 어른들의 삶이 팍팍한 만큼 기도는 길어집니다. 하지만 주인공에게는 기도보다 녹아가는 아이스크림만 눈에 들어옵니다. 아이스크림이 녹는 만큼 눈에서 눈물이 납니다.

‘내 머리에 햇살 냄새’의 주인공은 햇살 하나만으로도 웃음이 나는 마냥 아이입니다. 지하방에 사는 현실은 가족이 함께한다는 사실 앞에서 그리 무겁지 않습니다.

읽다보면 여기 등장하는 아이들 모습에 여러분이나 여러분 친구들의 모습이 보일 것입니다. ‘나도, 나도’ 하면서 끼어드는 얄미운 친구, 우물쭈물하는 답답한 친구, 어른들의 말에는 대꾸도 못하고 눈물부터 나오는 친구. 이런 모습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아이의 모습입니다.

이 책은 누구나 쉽고 즐겁게 읽을 수 있습니다. 내가 아는 누구의 모습을 닮은 아이가 꼭 하나는 있으니, 읽으면서 몰입이 잘 됩니다. 마음이 짠하다가도, 등장인물들의 아이다움이 유쾌하고 재미있습니다. 짧은 글이지만 한꺼번에 읽어버리지 말고, 조금씩 아껴가면서 등장인물들과 사귀어 보시기 바랍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예림이 보배 지수 선미가 혹 자신과 닮은 구석은 없으신가요? 지금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이 넷 중 누구와 가장 닮으셨나요?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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