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선영 작가의 오늘 뭐 먹지?]찜통에서 모락모락… 한겨울 만두의 유혹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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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손만두의 ‘왕만두’. 임선영 씨 제공
코아손만두의 ‘왕만두’. 임선영 씨 제공
임선영 ‘셰프의 맛집’ 저자
임선영 ‘셰프의 맛집’ 저자
겨울밤 늦은 귀갓길, 멍하니 걷다가 만두집 앞에 우뚝 섰다. 걱정거리와 불안함으로 머리가 터질 듯할 때였다.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찜통을 바라보자니 형언할 수 없는 평온함이 느껴졌다. 손만두를 집어먹자 잔잔하게 오래도록 감동이 몰려왔다. 그때부터 궁극의 손만두를 향한 나의 순례길은 시작됐다.

장인들은 재야 무림에 숨어 있었다. 기계로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주인의 손으로 빚어서 손만두다. 그들의 손만두는 열 가지 넘는 속재료들이 천상의 궁합을 이루면서 내적 갈등이 하나도 없었다. 두툼한 만두피는 씹는 순간 만두 속과 혼연일체가 됐다. 만두에는 주인장의 오랜 연륜과 솜씨에서 나오는 유려한 곡선이 새겨져 있다. 프랑스의 제빵사가 바게트를 반죽하고 마지막에 칼집으로 쿠프를 내는 것처럼.

코아손만두는 빵살이 녹아 없어지며 입안 가득 육즙의 넥타르를 마시는 듯한 황홀경의 왕만두이다. 대형 쇼핑몰 푸드코트에 숨어 노포가 된 특이한 이력이다. 쇼핑몰이 리뉴얼 될 때마다 이곳만은 지켜달라는 주민들의 청원으로 지켜진 지 30년. 돈육이 듬뿍 들어 듬직하고 육즙이 가득하지만 야채 육수가 담백하게 잡아주니 느끼할 겨를이 없다. 만둣국용 생만두를 파는데 정갈한 맛과 모양새에 강남 사모님들이 손님맞이나 명절용으로 예약하는 곳이다.

일광당은 부산 사람들이 최고로 꼽는 만두 맛집이다. 사장님은 35년간 닦은 제빵 기술로 부산 기장 찐빵 골목에 가게를 열었다. 만두피 반죽은 막걸리 숙성에 우유로 수분을 더한다. 빵살이 촉촉하다. 만두 속은 돼지고기, 양파, 부추 등 15가지 재료로 직접 만든다. 전현직 군수 사모님들도 단골들이다. 나는 만두피, 속 재료, 빚는 법에 대해서 꼬치꼬치 묻다가 실제로 만두를 먹는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이념의 조각들이 하나로 통합되면서 감동스러운 맛에 두 눈을 감았다.

이재현발아현미찐빵은 김포에서 강화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다. 만두피에 강화 청정농법으로 농사지은 현미를 쓴다. 현미 가루와 발아현미 비율이 반죽의 40% 이상. 소화를 돕고 풍부한 무기질과 유익성분을 인정받아 특허까지 획득했다. 무설탕이라 혈당 조절식으로도 인기가 많다. 속 재료는 아내가 담당한다. 친척이 직접 농사지은 강화산 야채를 듬뿍 넣고 김장을 시원하게 담가 돼지고기와 함께 빚는다. 매콤하고 구수한 만두 속이 애쓰지 않아도 녹아드는 발아현미 만두피와 어우러지니 입안에서 강화의 풍요로운 들판이 펼쳐진다.

임선영 ‘셰프의 맛집’ 저자 nalgea@gmail.com

○ 코아손만두: 서울 서초구 잠원로 37-48 뉴코아아울렛 1관 지하 1층. 왕만두 4개 6500원, 사골떡만둣국 7000원, 만둣국용 생만두 7000원

○ 일광당: 부산 기장군 일광면 이천리 836-5. 고기야채왕만두 6개 4500원, 김치왕만두 6개 4500원

○ 이재현발아현미찐빵: 인천 강화군 화도면 해안남로 1079. 손만두 6개 4000원, 발아현미찐빵 6개 6000원
#코아손만두#왕만두#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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