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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영 작가의 오늘 뭐 먹지?]떡과 전병과 함께 즐기는 차 한잔의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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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영 작가의 오늘 뭐 먹지?]떡과 전병과 함께 즐기는 차 한잔의 여유

임선영 ‘셰프의 맛집’ 저자입력 2018-08-30 03:00수정 2018-08-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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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부인의 ‘큰소반차림’. 임선영 작가 제공
임선영 ‘셰프의 맛집’ 저자
부모님은 커피를 마시면 잠을 설치신다. 대추차나 식혜를 더 맛있게 드셨다. 빵을 먹으면 더부룩하다고 하셨다. 흑임자 가득 묻힌 구름떡이나 조청이 흐르는 다식을 드시면 까르르 웃으셨다. 아이처럼. “거 참 맛나네. 아껴 먹을란다.” 부모님과 나의 시계는 거꾸로 가고 있다. 나는 일터나 가정에서 노장이 되어가고 있고 부모님은 어느새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 시절로 돌아가고 있다. 내가 그 좋아하는 커피와 빵을 놓고 떡과 다식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부모님과의 따뜻한 티타임을 갖고 싶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근 들어 양질의 국산 재료로 전통 병과를 하는 한식 디저트 카페가 생겨나고 있다. 떡을 제대로 만드는 사람들은 마음가짐부터 다르다. 쌀은 최고급으로 공수하고 제분도 직접 하며 정성 들여 쪄낸다. 대추나 곶감으로 과실향이 풍겨 나오는 단맛을 연출하는가 하면 잣을 곱게 갈아 은은한 고소함을 낼 줄 알고 흑임자를 갓 볶아 ‘꼬숩은’ 풍미를 입힌다.

서양식 빵이 밀을 발효시켜 부풀리는 제법이라면 전통 병과는 쌀을 증숙하고 찧어서 응축해 만든다. 떡의 생김새와 이름에도 동양의 감수성이 깃든다. 매작과(梅雀菓)는 매화나무에 앉은 참새 같다 하여 붙은 이름이며 구름떡은 찹쌀과 팥앙금, 흑임자 등이 모이듯 흩어지는 모습에 구름떡이라 부른다.

전통차는 시간과 정성을 필요로 한다. 대추차는 하루 전날 일곱 시간 이상을 달여 껍질은 채로 걸러내고 진액만을 담는다. 손님 앞에 내올 때면 다시 한번 끓여 내고 잣을 띄워 한 잔을 완성한다. 오미자 화채는 1년 전부터 준비한다. 여름날 붉게 익은 오미자를 구해 꿀이나 설탕에 재웠다가 다음 해 더위가 무르익을 때 얼음과 함께 낸다. 배로 꽃 모양을 아로새겨 띄워 내는 것도 잊지 않는다.

병과는 도자기 그릇에 담아 소반에 오롯이 내왔다. 부모님을 모시고 간 자리에서 귀한 대접을 받게 되니 내가 언제 부모님을 이리 모신 적이 있는가 고개를 숙이게 됐다.

‘김씨부인’은 궁중 병과와 반가의 손님상을 재현한다. 귀한 손님에게만 대접했다는 개성주악, 찹쌀을 빚어 집청으로 단맛을 낸 매작과가 소반에 구성된다. ‘설봄’은 우렁 농법으로 지은 찹쌀의 감칠맛이 떡의 중심을 잡는다. 구름떡과 인절미가 주요 메뉴다. 쑥이나 호박, 밤과 잣 등의 진액을 인절미 안에 예술처럼 담는다. ‘1인1잔’은 서울 은평구 한옥 마을에 있는 갤러리 카페. 대추떡에 보이차도 커피도 곁들일 수 있다. 이곳의 핵심은 음식보다 감상이다. 양병용 씨의 소반에 프랑스 도예 장인들이 화산재로 만든 머그컵 ‘아스티에 드 빌라트’, 김동준 작가의 다관 등이 함께한다. 북한산이 품어주는 한옥의 정취 안에서 부모님과 티타임을 갖는 일은 일생에 꼭 한번 가질 만한 추억이다.
 
임선영 ‘셰프의 맛집’ 저자 nalgea@gmail.com

○ 김씨부인: 서울 서초구 사평대로 26길 26-6. 큰소반차림 1만5000원, 작은소반차림 8000원, 옛날팥빙수 8000원

○ 설봄: 서울 서초구 방배중앙로 172 1층. 흑임자구름떡 6000원, 흑임자인절미 6000원, 볶은콩인절미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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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인1잔: 서울 은평구 연서로 534. 대추경단 5500원, 두텁떡 5500원, 보이차 8500원
#큰소반차림#한식 디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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