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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하나라도 맛깔스러운 식기에 담아… 2030세대들의 ‘소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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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하나라도 맛깔스러운 식기에 담아… 2030세대들의 ‘소확행’

이설 기자 입력 2018-08-25 03:00수정 2018-08-25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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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반 라이프]‘홈스토랑’ 트렌드 타고 불어닥친 ‘그릇 열풍’
그릇 변신의 끝은 어디일까.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인스타그램 ‘으니맘’이 꾸민 병아리 주먹밥이 앙증맞은 아이 밥상. 천 소재의 테이블 매트와 접시가 어우러지고(‘이도’), 책 꽃 신문 등을 활용하면 카페 분위기의 테이블 연출이 가능하다(인스타그램 ‘체리홈카페’). ‘케이크 스탠드’를 센터피스로 활용한 식탁(‘로얄 코펜하겐’).

‘#요리스타그램’에 이어 ‘#그릇스타그램’의 인기가 뜨겁다. 요리에 대한 관심이 그릇으로 옮아갔다. 그릇 열풍의 배경엔 자존감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깔려 있다. 혹자는 “라면도 멋진 식기에 담아 정승같이 먹으면 내가 귀해지는 느낌을 받는다”라고 했다.

정말 그럴까. 설거지와 뒷정리가 귀찮아 신문지 깔고 냄비 통째 밥을 먹기도 하는 기자가 ‘집에서 근사하게 한 끼 먹기’에 도전해 봤다.

Step1. 시작은 소박하게

집에서 레스토랑 분위기를 내려면? 요리도 요리지만 핵심은 테이블 세팅이다. 숟가락 젓가락 그릇 매트 등 테이블 웨어를 어떻게 놓느냐에 따라 식탁의 품격이 좌우된다.

필요한 준비물은 뭔지, 그릇을 사야 하는지, 요리 맛이 떨어져도 상관없는지 등 궁금증이 꼬리를 물었다.

“있는 그릇을 활용하다가 취향과 필요에 따라 그릇을 구매하세요. 그릇 배치, 음식을 담는 방식, 소품 활용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식탁을 만들 수 있거든요.”

덴마크 도자기 브랜드 ‘한국로얄 코펜하겐’ 관계자는 시작은 소박하게 하라고 권했다. 취향을 따지지 않고 욕심껏 구매한 그릇은 대개 애물단지가 되어 낡아버린다고 했다. 부엌 장을 뒤져 보니 잊고 지낸 그릇이 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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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할 일은 콘셉트를 정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사진과 카페의 플레이팅을 충분히 관찰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다 보면 취향과 안목이 생기고 모방을 거듭하면 창의력이 샘솟을 거라고 했다.

인스타그램에서 #그릇스타그램을 검색하니 17만8500여 개의 게시물이 떴다. 나무 소반에 흰색 그릇을 옹기종이 얹은 정갈한 밥상, 체리와 무화과로 꾸민 과일 접시, 나무 쟁반에 무심하게 놓인 햄버거…. 하나같이 황홀하되 저마다 개성이 뚜렷했다. 서울 종로에 있는 공예품 편집매장 ‘코지홈’ 박지나 대표는 “‘홈스토랑(홈+레스토랑)’에 정답은 없다. 자유롭게 상상력과 창의력을 펼치면 된다”고 했다.

Step2. ‘흰색’ ‘겹치기’ ‘센터피스’를 기억하라

기자가 집에서 직접 도전해 차려 본 ‘현실 밥상’. 전문가들의 팁에 따라 흰색과 나무 색을 주색으로 삼고 다양한 모양의 그릇을 활용해 식탁의 단조로움을 피하려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도전하고픈 밥상이 많았지만 요리 실력, 활용 가능한 그릇, 식탁 분위기를 고려해 한식 밥상에 도전하기로 했다. 우선 식탁보와 테이블 매트를 새로 사긴 부담스러워 조각보가 깔린 나무식탁 분위기를 그대로 살리기로 했다. 미역국과 생선구이에 어울릴 만한 생활자기풍의 그릇을 집히는 대로 꺼냈다.

콘셉트가 서지 않을 땐 그릇을 펼쳐 놓고 조합을 해보면 도움이 된다. 전문가들은 미학적인 측면에서 △흰색과 여백이 있는 그릇을 사용하면 실패할 확률이 적다 △그릇을 여러 개 겹쳐 놓으면 식탁의 품격이 올라간다 △모양과 높낮이가 다른 그릇을 섞어서 배치하라 △화병, 양초, 주전자 등 정중앙에 오브제를 놓으면 식탁에 생기가 돈다 △음식은 그릇에 모자란 듯 담아라 △‘혼밥’은 나무 쟁반 또는 나무 소반을 활용하라 등의 팁을 줬다.

‘흰색+나무’ ‘도마+그릇’ ‘밑접시+그릇’ 공식에 맞춰 한식 밥상을 차려냈다. 퇴근길에 주워온 풀을 접시 한 귀퉁이에 얹으니 식탁이 화사해졌다. 아이들 밥상은 기발한 캐릭터 밥상으로 인스타그램에서 화제인 ‘이니테이블’을 참고해 곰돌이 모양으로 꾸몄다.

‘그릇은 보고, 쥐고, 맛보고, 느끼는 공감각적 사물이다. 그릇이 맛을 좌우한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Step3. 후퇴 없는 ‘개미지옥’

지난해 시작된 그릇시장의 지각 변동은 올해 들어 본격화됐다. ‘주 52시간’ ‘소확행’ ‘가치소비’ 등의 영향으로 20, 30대는 물론이고 남성까지 그릇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국내 도자기 브랜드 ‘이도’의 홍보마케팅실 김민정 주임은 “요리에 대한 관심이 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그릇스타그램’이 유행하면서 20, 30대 소비자가 늘었다. 최근 시작한 온라인 쇼핑몰의 주 고객도 20, 30대”라고 했다.

구매 방식도 다양해졌다. 과거 그릇은 짝과 열을 맞춘 세트 구매가 일반적이었다. 요즘은 개별 구매를 선호한다. 한식과 양식은 물론이고 유럽, 동아시아, 남미 등의 에스닉 푸드까지 집에서 요리하는 트렌드에 맞춰 그릇을 구매한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그릇가게 ‘화소반’의 매장 진열대에 다양한 디자인의 그릇이 쌓여 있다. 매장 옆에 있는 가마에서 직접 구워낸 제품을 판다. ‘그릇 열풍’이 불면서 그릇을 파는 곳도 백화점은 물론 작가 개인 상점, 그릇 전문 편집숍, 온라인 등으로 유통 채널도 다채로워졌다. 화소반 제공
브랜드 층위도 다채로워졌다. 전통 강자로는 덴마크 왕실 도자기 브랜드인 로얄 코펜하겐이 꼽힌다. 243년의 역사, 왕실 브랜드, 순록의 배털로 만든 붓으로 그린 장인들의 수작업 등 다양한 스토리로 마니아층이 두껍다. 에르메스리빙, 빌레로이앤보흐, 웨지우드, 로얄알버트 등 프리미엄 라인과 덴비, 이딸라, 포트메리온 같은 중간 라인 브랜드가 있다.

국내 브랜드인 ‘광주요’와 ‘이도’ 등은 자연주의 바람을 타고 인기를 끌고 있다. ‘코지홈’과 ‘숙희’ ‘챕터원에디트’ 등 편집매장을 찾는 발길도 늘었다. ‘김성훈도자기’ ‘김석빈도자기’ ‘지승민의 공기’ ‘화소반’ 등 개인 작가의 아틀리에숍도 입지를 넓히고 있다.

여러 감각이 어우러지면 먹는 즐거움은 배가된다. 그래서 흔히 ‘홈스토랑’ 세계에 입성한 뒤에는 후퇴가 없다고 한다. ‘생활명품’ 저자 윤광준 씨는 “내용(음식)과 형식(그릇)이 맞아야 뭐든 극대화된다. 글로벌화로 인해 세련된 식탁 감각이 보편화됐고, 앞으론 와인잔을 고르듯 요리별로 그릇을 고르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홈스토랑#그릇#로얄 코펜하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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