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Dining3.0]쫄깃쫄깃 오동통통∼ 35년간 지켜온 독보적 이름 ‘너구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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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너구리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털이 보송보송한 귀여운 동물이 떠오르는 사람과 오동통통 쫄깃쫄깃한 라면이 떠오르는 사람, 두 부류로 나뉠 것이다. 농심 너구리는 톡톡 튀는 존재감으로 35년간 라면시장의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 잡았다. 세월이 흘러도 너구리가 여전히 최고인 이유는 재미있는 브랜드 네임, 독보적인 맛뿐 아니라 지난 35년간 고객들과 쌓아 온 스토리의 힘이 견고하기 때문일 것이다.

‘너구리’ 하면 생각나는 것은? 라면!

너구리는 보통명사가 제품의 이름으로 사용되어 고유명사가 된 대표적인 브랜드다. 농심은 기존 라면과 차별화된 맛과 굵은 면의 특징을 잘 담아내기 위해 제품의 이름을 ‘너구리’로 선정했다. 출시 당시인 1982년에는 상당히 파격적인 브랜드 네이밍이었다.

너구리 브랜드의 생명력을 유지하게 한 또 다른 비결은 ‘광고’다. ‘너구리 한 마리 몰고 가세요∼’라는 카피와 ‘쫄깃쫄깃∼ 오동통통∼’의 CM송은 농심이 출시 후 지금까지 한결같이 고수해 온 광고 콘셉트이다. 1982년 11월 너구리 TV광고가 처음 방송된 후, 너구리처럼 통통 튀는 연예인과 재미있는 광고 콘셉트가 맞아떨어지면서 라면광고의 대명사로까지 불리게 됐다.

너구리 광고 모델을 거쳐 간 연예인들만 지금까지 수십 명. 하희라부터 이제니, 박신혜, 걸스데이 혜리, 최근의 공승연까지 밝고 건강한 이미지의 여성 모델을 지속적으로 내세워 지금은 너구리 광고가 ‘스타 등용문’이라고도 불린다.

따라올 수 없는 쫄깃한 면발과 깊은 국물

너구리의 시작은 새로운 타입의 라면을 만들자는 발상이었다. 다양해진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농심은 처음으로 우동 형태의 라면을 만들기로 했다. 그러나 너구리는 기존 라면과는 그 형태나 맛에 있어 판이한 제품이라 개발 당시 어려움이 많았다.

기존 라면의 두 배 가까이 굵은 면발을 만족스럽게 성형하는 일부터 쉽지 않았고, 특히 완성된 후에 복원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끓는 물에서 4∼5분 내에 먹기 알맞은 상태로 복원돼야 상품성이 있는데 10분 넘게 끓여도 잘 복원되지 않았으며, 막상 복원된 후에는 너무 풀어져서 면발에 힘이 없었다.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고서야 면발의 성형과 복원을 만족스러운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너구리는 1982년 출시되자마자 단숨에 인기라면의 반열에 오른 후 35년간 라면시장에서 파워브랜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기존 라면과는 다른 한국식 얼큰한 해물 맛 타입의 우동국물과 일반 라면보다 굵은 오동통한 면발은 종전에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맛이다. 여기에 국내산 다시마를 그대로 넣어 맛과 영양을 함께 살렸고, 푸짐한 건더기 수프로 먹는 재미까지 더했다.

너구리는 최초의 둥근 면 제품이기도 하다. 라면 조리 시 기존의 동그란 냄비에 사각 라면을 쪼개 넣는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농심은 한국 최초로 면을 둥글게 만들어 조리 편리성을 도모했다. 작은 배려가 너구리를 좋아하는 고객들의 마음을 더 사로잡은 것이다.

너구리, 소비자와 함께 살아 숨쉬는 브랜드


너구리는 친근한 이름만큼 오랜 세월 고객과 함께 살아 숨쉬고 있다. 고객과 함께 쌓은 다양한 스토리는 너구리를 소비자와 단단하게 연결해 주는 유대관계이자 다른 라면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고유 특징이다.

너구리 마니아에게 ‘왜 너구리가 좋습니까?’라고 물으면 두 가지를 답한다. 첫 번째는 쫄깃쫄깃 오동통한 면발, 두 번째는 너구리에게서만 볼 수 있는 통 다시마이다. 다시마는 전라남도 완도의 청정 해역에서 채취한 것만 쓰고 있다. 다시마가 국물 맛을 시원하게 살려줄 뿐 아니라 제품의 개성을 살려주고 먹는 재미도 살려주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너구리 하면 다시마를 꼭 같이 떠올린다. 간혹 너구리에서 통 다시마가 두 장씩 나오기도 하는데 이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행운의 상징으로도 여겨진다. “너구리에서 다시마 두 장 나오면 행운이 찾아 온다는 거 아시죠? 드디어 저에게도 이런 날이 오네요. 로또 당첨된 것보다 기분이 더 좋아요!” 누리꾼 navy****의 설명이다.

너구리 컵라면 역시 고객의 요청으로 만들어 졌다. 국내 용기면 시장이 커진 2000년대 중 후반, 소비자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너구리 컵라면 생산 요청’ 내용을 지속적으로 건의했다. 농심 관계자는 “2007년 이후 너구리를 컵라면으로 즐기고 싶다는 고객 요구가 끊이질 않았다. 연간 100건 이상 되는 너구리 관련 문의 중 70% 정도가 너구리 컵라면 개발 건의였다”며 개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농심은 2009년 너구리컵, 2012년 너구리큰사발을 출시하며 용기면 시장에서도 너구리의 깊은 맛을 이어 가고 있다. 국내 최초의 우동라면이자 독특한 맛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너구리는 고객들의 요청으로 ‘너구리, 너구리컵, 너구리큰사발’로 카테고리가 확장된 농심 유일의 브랜드이다.

2013년에는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조합해 만든 레시피인 ‘짜파구리’도 큰 화제를 몰고 왔었다. 너구리를 더 맛있게 즐기고 싶은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레시피가 공중파 예능에 등장하면서 큰 인기를 누린 것이다.

짜파구리의 인기에 힘입어 농심은 2017년 2월 ‘볶음너구리’를 새롭게 출시했다. 너구리의 첫 국물 없는 볶음 타입 제품이다. 볶음너구리는 홍합과 오징어, 새우, 게 등 다양한 해산물을 고추기름에 볶아 풍부한 해물 풍미를 느낄 수 있으며, 실제 해물볶음우동 요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볶음너구리는 출시 한 달 만에 1000만 개가 팔리는 등 인기를 얻고 있다.

김민식 기자 mskim@donga.com
#농심#너구리#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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