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뭐 먹지?]스시와 사케 한 잔의 작은 사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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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시고의 스시정식 세트 중 한 접시에 담겨진 스시들. 홍지윤 씨 제공
스시고의 스시정식 세트 중 한 접시에 담겨진 스시들. 홍지윤 씨 제공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 운영자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 운영자
친척 중 생선이라면 질색하는 사람이 있다. 특히 찌거나 구운 생선은 입에도 안 댄다. 그러나 생선회와 초밥(스시)은 먹는다.

그 독특한 취향을 듣고서는 “저렴한 것은 싫고, 비싼 것은 좋다는 말 아니냐”고 한마디 했더니 그는 “익힌 생선은 비려서”라고 답했다. 당시에는 “입맛이 단순해 생선의 맛을 모르는 것”이라고 놀려줬다. 하지만 솔직히 그의 말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싱싱한 생선은 날것일 때보다 물에 넣어 익히거나 불로 구웠을 때 비린내가 강해진다. 제우스로부터 불을 훔쳐 인간에게 전해 준 프로메테우스가 아니었다면, 인간은 모두 생식을 했을 테니 날것을 즐기는 취향은 원초적 본능일지도 모른다.

내 경우 주변에서 스시를 못 먹는다거나 싫어한다는 사람을 만난 기억은 없다. 단순히 스시가 생선구이보다 비싼 요리이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날것의 부드러운 살점에 초로 간을 해 뭉친 밥알이 함께 씹힐 때 느껴지는 복합적인 맛에는 오묘한 매력이 있다.

비늘을 대충 긁고 소금만 뿌려 구운 생선구이보다 스시는 공임이 훨씬 많이 든다. 넓적하게 퍼진 광어나 도다리, 통통한 고등어, 자잘한 전어, 길쭉하게 날씬하고 미끄러운 장어처럼 각각의 생김새에 따라 몸통을 가르고 포를 깔끔하게 떠내는 테크닉이 요구된다. 싱싱함을 내세우는 활어회와 달리 생선살이 밥알과 같이 씹힐 때 조화를 이루도록 숙성도 잘 시켜야 한다.


초밥을 쥐려면 질지도 되지도 않게 고슬고슬한 밥을 지어야 한다. 초와 당을 적절히 섞은 조화로운 간도 필수적이다. 보기보다 복잡한 요리다. 생선구이 백반 정식보다는 더 많은 값을 치르고 먹을 수밖에 없다.

사실 스시는 본고장인 일본에서 고급요리가 아닌 서민음식으로 출발했다. 근대화가 시작되면서 수도인 에도(도쿄의 옛 이름)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노동자들이 늘어나자 상인들이 근해에서 채취한 김과 생선으로 스시를 만들어 야타이(포장마차)에서 팔면서 대중화됐다. 현재 도쿄에 가면 에도마에스시(江戶前壽司)라는 간판을 많이 볼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스시의 본고장답게 도쿄에는 3000엔(약 3만 원)짜리 스시 집부터 1인당 5만 엔을 호가하는 최고급까지 다양하다.

스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대중적인 스시 집도 늘고 있다. ‘갑’이 되어 ‘을’의 접대를 받을 때만 가는 호텔 일식당이 아니어도 스시를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반갑게도 스시 집엔 늘 카운터 좌석이 있으니 혼자서라도 우아하게 사케 한잔에 스시 한 점을 음미해보는 작은 사치를 누려보는 건 어떨까?

○ 스시 화정: 서울 중구 세종대로14길 29. 02-757-7766, 점심 스시정식 4만5000원

○ 스시고: 서울 서초구 사평대로22길 15, 02-595-4700, 점심 스시정식 4만5000원

○ 이요이요스시: 서울 마포구 베스트웨스턴 프리미어서울 가든호텔 지하 1층, 02-306-0372, 점심 스시정식 4만5000원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 운영자 chiffonade@naver.com
#생선회#초밥#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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