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메뉴는 가을! 맛집 탐험가 김지영의 테이스티 맵_다니엘’s 키친

  • 여성동아
  • 입력 2016년 10월 13일 13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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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재료로 매일 메뉴를 달리해 내놓는 다니엘’s 키친의 코스 요리를 맛보다.

토요일 오후 야트막한 다니엘’s 키친의 문을 열려는 순간, 안쪽에서 어린 소년이 문을 열어주며 인사를 꾸벅 한다. 식당에서 일하기에는 너무 어린 티가 나서 누구냐고 물으니 “정윤상 셰프 제자입니다”라는 답이 나온다. 중학생인데 자신의 꿈을 위해 이곳에서 요리를 배우는 중이란다. 중학생을 제자로 둔 셰프가 있는 식당이라니,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 정 셰프를 비롯한 주방에 있는 모든 사람이 민머리에 가까운 동일한 헤어스타일을 유지하는 이곳은 제철 재료를 사용하는 계절 코스 요리 전문점 다니엘’s 키친이다.

요즘 핫한 동네인 연희동 한자락에 조용히 엎드려 있지만, 저녁마다 예약 손님으로 넘쳐나는 곳. 도대체 왜 인기가 있는지 궁금해서 찾아가 봤다. “저희 식당을 오마카세 전문점으로 소개하는 분도 계신데, 그건 정확하지 않은 표현입니다. 특별히 정해놓은 메뉴 없이 그날 그날 들어오는 제철 재료를 이용해 메뉴를 짜는 계절요리 식당이죠.”

다니엘’s 키친 메뉴판에는 점심을 제외하고 정해진 메뉴가 하나도 없다. 코스별 가격만 적혀 있고 그날의 메뉴는 당일 재료로 뭐가 잡혀서 올라오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재료를 미리 많이 사놓지 않고 하루 소비량을 가늠해 직접 산지에서 구매하고, 그에 맞는 요리를 하는 식이다. 매일 달라지는 재료로 메뉴를 정해야 해 힘들지 않느냐고 물으니 “이렇게 해야 지난 재료를 사용하지 않게 되고, 무엇보다 요리사가 힘들어야 손님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되므로 감수하고 있어요”라는 답이 돌아온다. 맛본 B코스 중 인상 깊은 몇 가지를 소개한다. 육수를 별도로 내지 않고 그냥 물에 끓였다는 바지락감태국은 묵직한 맛이 일품이다. 바지락이 신선하면 감태와 잘 어울리기 때문에 그냥 끓이기만 해도 맛이 난다니, 집에서도 한번 시도해봐야겠다. 노릇노릇한 황우럭소금구이는 손질한 생선을 알맞게 구웠을 뿐인데 밥반찬으로 제격이고, 향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전복오븐구이는 아래 깔린 펜네를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회로는 농어가 나왔고 감초처럼 나온 닭날개튀김도 맛이 좋다. 타코 와사비에 부타 가쿠니까지 메뉴 하나하나에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엿보인다. 요리사로서 자부심이 넘쳐서 보기 좋았고, 남을 먹이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흥겹게 운영하는 식당 같아서 정감 어렸다. 방문을 원한다면 중간에 쉬는 시간 있으니 꼭 확인하고 예약을 하는 편이 좋다.
ADD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로 11가길 56 TEL 02-333-1277



김지영
아침을 먹고 나오며 점심은 뭘 먹을까 고민한다. 보도 자료에 의존한 레스토랑 소개 글에 지쳐 직접 탐방해보고 뭔가 이야기가 있는 식당을 소개한다. 홍보대행사 함샤우트에 근무한다.

기획 강현숙 기자 사진 김도균 디자인 조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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