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매거진]“품질 좋은 친환경 세라믹 코팅, 한국 소비자 입맛 사로잡을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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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에서 온 프라이팬… 얀 헬스켄 ‘그린팬’ 대표이사를 만나다

얀 헬스켄 그린팬 대표이사가 매장에 진열된 그린팬 제품 중 하나를 들어보이고 있다. 얀 대표이사는 “친환경적인 그린팬이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를 사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팬 제공
얀 헬스켄 그린팬 대표이사가 매장에 진열된 그린팬 제품 중 하나를 들어보이고 있다. 얀 대표이사는 “친환경적인 그린팬이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를 사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팬 제공

남성들이 요리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 기구를 능숙하게 다루는 남성들의 모습은 ‘요섹남(요리 잘하는 섹시한 남자)’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섹시하게’ 요리하는 남성 셰프들을 ‘쿡방(요리하는 방송)’으로 지켜보기도 한다. 여성의 전유물이었던 주방을 남성들이 점령한 것.

이런 한국 주방에 또 다른 남자가 찾아왔다. 2007년 세계 최초로 세라믹 코팅 프라이팬을 선보인 벨기에 프라이팬 업체 ‘그린팬’의 대표이사 얀 헬스켄 씨(47)를 바다가 시원하게 보이는 부산에서 만났다.

―한국 남성들 사이에 요리 열풍이 불고 있다. ‘쿡방’, ‘요섹남’ 등의 단어도 생겼다.

한국의 요리 열풍에 대해서는 들어 봤다. 10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남자가 요리하는 걸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나. 그 사이 생각이 열린 거다. 이런 생각 변화는 아시아 국가 중 일본도 중국도 아닌 한국에서 가장 빨리 나타났다. 트렌드를 한국이 주도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벨기에 남자들은 요리 많이 하나?

벨기에 남성들 사이에서도 요리는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 미혼으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남성들이 본인을 위해 요리를 많이 하게 된다. 물론 남녀평등 의식이 고양되고, 부부 대부분이 맞벌이를 하면서 자녀 양육을 하는 상황도 이유 중 하나다. 남성들이 가사를 돕기 위해서 주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다.

2014년 독일 시장조사기관 GFK에서 조사한 게 있는데, 벨기에 사람들 중 19∼20%가 본인이 요리를 잘 알고 열정적으로 요리를 한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한국은 13%라고 하더라.

―그린팬은 지난해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세계 프라이팬 시장에서는 이미 인지도를 쌓은 브랜드라고 들었다.

세라믹 제품 브랜드 중 1위다. 유럽과 미국, 아시아 시장에서 이미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유럽의 나라들 중에는 그린팬이 이미 프라이팬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곳도 있다. 그러나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품질이다. 우리는 더 좋은 그린팬을 소비자들에게 선보이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그린팬의 세라믹 코팅은 완전히 친환경적이라는 것도 장점이다. 이런 측면이 요리 전문가, 전업주부 등 한국 소비자들의 민감한 입맛을 잘 맞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부산을 찾은 이유도 기술 때문이라고 하던데…

사실 김치를 좋아해서 왔다. (웃음) 우리 세라믹 기술 R&D센터가 한국에 있다. 1년에 적어도 두 번 이상은 방문한다. 이번에도 내년에 새로 준비하는 코팅 기술을 살펴보러 부산을 찾았다.

―어떤 건지 간략하게 말 해 줄 수 있나?

음식이 들러붙지 않게 하는 신기술인데, 비밀이다. (웃음)

―성능뿐 아니라 디자인에 대한 설명도 듣고 싶다. ‘우드비’, ‘미니’, ‘리오’, ‘리마’, ‘스톡홀름’ 같은 예쁜 디자인이 종류별로 많았다.

물론 예쁜 디자인도 중요하다. 주방기기 디자인업계에서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최고 디자이너와 7년 정도 함께 일했다. 그가 속한 디자인 팀이 있는데 디자인 쪽 회의를 할 때는 전적으로 디자이너에게 맡기는 편이다. 그는 장인이라 할 만한 사람이다. 자신이 시장에 내고 싶지 않은 제품은 용납하지 않는다. 국가별로 아름답다고 여기는 디자인도 다를 거라고 생각해 1년에 20개 정도의 디자인을 낸다. 그중에서 선택되는 건 3, 4개다. 엄선된 디자인만 시장에 나간다.

또, 디자인을 할 때도 실용성을 생각해야 한다. 특히 손잡이를 만들 때 소비자의 손에 편안하게 잡힐 것인지를 생각한다. 유럽 소비자뿐 아니라 당신처럼 손이 작은 아시아 소비자, 여성 소비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

―미국·유럽 시장을 사로잡은 그린팬은 어떤 제품인가.

단연 ‘우드비’다. 색다른 제품이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회색이 감도는 팬에 나무 무늬 손잡이가 있는 프라이팬은 기존에 없던 것이다. 아시아 시장에서도 이 디자인이 인기가 많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특히 유럽 사람들은 색깔에 굉장히 민감한데, 팬과 손잡이의 색상이 얼마나 조화롭게 아름다우냐 하는 데 중점을 둔다. 또 제품이 ‘내 주방’과 얼마나 어울리는지도 심사숙고한다.

―유럽 사람들이 ‘주방을 구성하는 것’을 중요시한다고 했는데, 유럽의 주방은 어떤 모습인가. 어떤 주방 용품을 갖고 있나.

벨기에를 예로 들면, 보통 6, 7종류의 도구를 사용한다.

▷20∼24cm 정도의 프라이팬: 오믈렛 등 아침 준비용

▷28cm 프라이팬: 육류 요리용

▷그릴 프라이팬, 궁중팬:
아시아 스타일 요리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어 많이 찾는다.

▷주물 냄비: 벨기에의 대표 음식 ‘카르보나드 플라망드(carbonnades flamandes)’는 맥주를 넣어 쇠고기를 졸인 스튜 요리다. 무척 인기가 좋아서 집집마다 맥주와 함께 먹을 스튜를 만들 주물 냄비를 갖고 있다. 육류용 소스를 위한 소스팬과 감자와 야채 요리를 위한 양수 냄비도 구비하고 있다.

―간단하고 적은 양의 요리를 간편하게 할 수 있는 ‘미니’팬이 정말 귀여운데 어떻게 개발하게 된 건가.

아이들이 아이디어의 시작이었다. 부모님과 함께 주방에서 요리하는 것을 즐기는 아이들이 많아지는 데 주목했다. 또 세계 각국에서 늘어나는 1인 가구도 ‘미니’팬의 주 고객층이다. 사용하기 쉽고 실수할 여지가 적고, 안전하고, 경제적인 제품. 엔지니어링 팀에서 생각한 ‘미니’팬이었다. 5가지 디자인으로 출시된 미니팬은 시장에서 인기가 많다.


―앞서 말했듯이 남성들이 요리에 뛰어들고 있는데, 간단한 요리법을 알려 달라

팬을 이용해 만들 수 있는 비교적 간단한 요리를 소개하겠다.

▶연어를 곁들인 호박 스파게티

팬에 땅콩기름을 15g 정도 두르고 애호박 2개를 채 썰어 만든 스파게티 면, 마늘을 투명해질 때까지 2분 정도 데친다.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후 덜어낸다. 같은 팬에 네모지게 썰어 둔 연어 600g을 연하게 3∼4분 정도 가볍게 튀긴 후 덜어낸다. 방울토마토 200g을 데친 후 모든 재료를 팬에 담아 뜨거운 불에 가볍게 데운 후 신선한 바질을 얹는다.

양념장은 올리브 오일 30g, 다진 마늘 한 쪽, 파프리카 조금, 고춧가루 조금, 레몬 껍질 간 것을 오목한 그릇에 넣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해서 만들어 둔다. 이 양념을 연어 위에 붓고 몇 분간 재워두면 된다.

▶팬피자


밀가루 500g과 소금 조금, 이스트 7g과 티스푼 반 정도의 설탕을 반죽해 피자 도를 만든다. 가운데를 움푹하게 만들고 올리브 오일 15g과 400mL의 미온수를 넣고 10분 정도 반죽한다. 반죽을 공처럼 만든 후 밀가루를 흩뿌리고 식품 포장용 랩으로 감싼 후 부풀 때까지 따뜻한 곳에 30분 정도 둔다.

팬을 예열해 둔다. 만들어둔 도를 4조각으로 나누고 밀어서 지름 24cm 정도의 원 모양을 만든다. 양 면을 팬에 2분 정도 굽는다. 그 위에 토마토소스 120g과 가루 모차렐라 치즈 100g, 두 덩어리의 버팔로 모차렐라 치즈와 햄 8조각 정도를 찢어 얹는다. 그릴에 2분 정도 굽고 올리브 12개 정도,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바질과 로켓샐러드를 뿌린다.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주방이란… ?

요리를 준비하는 공간이 충분해야 좋은 주방이다. 그래야 신선한 재료를 제대로 손질하고 준비할 수 있다. 세척도 쉽고 예열도 금방 되는 전기레인지도 좋다.

그린팬의 세라믹 논스틱 프라이팬이 필수 조리도구라고 생각한다. 생선 같은 까다로운 요리도 쉽게 마무리할 수 있게 해 주고 스테이크도 고온에서 완벽하고 안전하게 만들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집에서 요리도 많이 하는지… ?

물론이다. 써 보지 않은 제품은 절대 시장에 내놓지 않는다. 어떤 재료를 어떻게 요리해야 좋은지 직접 체험해 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 요리를 ‘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쉬는 시간에도 일하고 싶지는 않다. 요리 자체를 즐긴다고 할까. 재료를 이렇게 저렇게 배합해 보는 것도 즐겁다. 요리를 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래서, ‘요리하는 남자는 섹시하다’는 말에 동의하나.

절대적으로 동의한다.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주문해서 그냥 함께 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그냥 돈만 지불하는 거다. 레스토랑이 아닌 ‘그의 장소’에서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창조하는 모습이 섹시한 거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숨은 창의력도 볼 수 있지 않나.

―그린팬의 미래. 대표이사가 꿈꾸고 있는… ?

새롭고 좋은 제품으로 우리 고객을 계속해서 놀라게 하고 싶다. 디자인과 기술 개발은 일방적인 게 아니라 쌍방적인 거라고 생각한다. 고객과 소통을 하고 피드백을 받아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7세 아들이 있다. 그 애한테 플로피 디스크를 보여주면 “이게 뭐야? 옛날엔 정말 이런 걸 썼어?” 하고 놀랄 것이다. 프라이팬도 마찬가지다. 어머니 세대가 기존의 프라이팬을 사용했다면 딸 세대는 그린팬을 사용할 거다. 우리는 그 아이들이 사용할 새 시대의 프라이팬을 만들고 있다.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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