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매거진]‘미드’ 속 거기, 이제 한국에도… “행복 찾는 곳으로 기억되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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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 ‘사라베스’ 창업자, 사라베스 러빈

1981년 미국 뉴욕의 1호 매장을 시작으로 34년 동안 ‘사라베스’ 레스토랑을 키워온 사라베스 러빈. 72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열정이 넘친다. 러빈은 “한국 사람들이 사라베스에서 신선하고 예쁜 음식을 먹으며 행복감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1981년 미국 뉴욕의 1호 매장을 시작으로 34년 동안 ‘사라베스’ 레스토랑을 키워온 사라베스 러빈. 72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열정이 넘친다. 러빈은 “한국 사람들이 사라베스에서 신선하고 예쁜 음식을 먹으며 행복감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내 이름을 건 레스토랑을 운영한다는 건 꽤나 매력적인 일이다. 그만큼의 책임감이 따르는 건 물론이다. 내 이름과 같은 이름의 레스토랑이 세계 곳곳에 있다면 책임감의 무게는 더욱 막중할 터. 미국 뉴욕에 본거지를 둔 ‘사라베스’ 레스토랑의 창업자는 올해 72세의 여성 사라베스 러빈이다. 사라베스 러빈은 34년 전인 1981년 뉴욕에 사라베스 1호점을 열었다. 당시는 브런치 문화가 생소했던 시절. 사라베스 레스토랑이 생기면서 뉴욕을 중심으로 여유롭게 브런치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졌다. 현재 미국에는 뉴욕에 6곳을 포함해 11개의 사라베스 레스토랑이 있다.

사라베스가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건 미국 드라마 ‘섹스 앤드 더 시티’ 때문이다. 드라마 속에서 여자 주인공들이 즐겨 찾는 레스토랑으로 비쳤다. 이내 많은 여성이 ‘가고 싶어 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갓 구운 잉글리시 머핀 위에 올려진 탱탱한 반숙 계란, 그리고 혀끝에 상큼 달콤함이 감기는 토마토 수프와 커피 한 잔.

사라베스의 브런치를 이제 굳이 뉴욕에 가지 않아도 즐길 수 있게 됐다. 8월 21일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사라베스 레스토랑이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사라베스가 미국이 아닌 해외에 진출한 것은 일본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다. 한국 매장 개장을 맞아 방한한 사라베스 러빈을 지난달 30일 만났다. 일요일인 이날, 많은 사람으로 붐비던 사라베스에서 사라베스의 꿈에 대해 들어봤다. 러빈는 “미국에 있는 사라베스 레스토랑을 좋아하고 멀리서도 찾아와줬던 한국 사람들에게 보답하고자 한국 점포를 열었다”고 말했다.


한국의 첫 ‘사라베스’ 레스토랑

―자신의 이름을 건 레스토랑을 운영한다는 건 어떤 느낌인가.

“늘 긴장해야 하는 느낌이랄까. 잘해야 하고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는다. 특히 이번처럼 새로운 매장을 낼 때면 많이 긴장된다. 새로운 사람들과 조화를 이뤄야 하고 이를 위해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그래도 굉장히 즐겁다.

―사라베스 한국 1호 매장의 모습에 만족하나.

“매우 만족한다. 특히 매장에서 바라보는 경치도 좋다. 현대백화점 지하에 있는 식품관을 보고 감명받았다. 정말 많은 종류의 식품과 식재료들이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한국의 백화점 수준이 이렇게 높다는 것도 깨달았다.

―벌써 많은 한국인이 이곳 사라베스 레스토랑을 다녀갔다. 블로그 등에 이미 많은 사진과 경험담이 올라왔다.

“나도 한국 젊은이들처럼 맛있는 음식 사진을 찍는 것을 즐긴다. 좋은 문화라고 생각한다. 이곳을 다녀간 한국 손님들이 멋스러운 사진도 많이 찍고 이곳의 인테리어와 분위기, 그리고 음식 맛을 있는 그대로 전해줬으면 좋겠다.

―한국을 처음 찾았는데,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느낌은 어떤가.

“사실 매장을 챙기느라 백화점 밖을 많이 안 나가봐서 잘 모르겠지만, 매우 아름다운 곳이라 생각한다. 한국 여성들은 꽤 캐주얼해 보인다. 일본 여성들과 비교하면 특히 그렇다. (현재 일본에는 사라베스 매장 4곳이 있다.) 한국 여성들은 자유로운 느낌이 강하고 친절한 것 같다.

사라베스의 도전과 열정

―1981년 레스토랑을 열게 된 계기가 뭐였나.

“원래 집안에서 내려오는 오렌지잼 제조 방법이 있었다. 잼 맛을 본 사람들이 한번 팔아보라고 권유를 했고 호텔에서 판매를 해보니 반응이 좋았다. 제대로 사업을 해보자는 생각해 잼 공장을 열었고 잼과 함께 빵, 오믈렛 등도 만들게 되면서 레스토랑을 개장하게 됐다.

―1호점을 낼 당시 당신의 나이는 38세였다. 레스토랑 개장 이후 당신 삶은 어떻게 달라졌나.

“사라베스를 열기 전에는 보험 판매도 했었고 치과에서 일하기도 했다. 그때의 일들은 단순히 먹고살기 위해서 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레스토랑을 열고 요리를 하면서 진정으로 사랑하는 일을 만나게 됐다.

―사라베스는 유명인들이 많이 찾으면서 널리 알려졌다.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존 F 케네디의 부인 재클린 케네디 여사가 많이 찾았다. 그의 딸인 캐럴라인 케네디도 단골손님이었다. 캐럴라인은 주일 미국대사가 된 이후에는 일본에서도 사라베스 레스토랑을 찾는다. 메릴 스트립, 더스틴 호프먼 등 영화배우들도 사라베스에서 브런치를 즐겼고 그 덕분에 브런치 문화는 점점 확산됐다.

―38년간 사라베스를 운영하는 데에 가족의 힘이 컸다고 들었다.

“내 어머니는 정말 성실히 일하는 완벽주의자였다. 자녀들도 그 영향을 받았다. 내가 완벽주의자 성향을 갖게 된 것은 어머니 덕분이다. 남편은 항상 나를 응원하는 사람이다. 사업의 실무는 남편이 맡고 나는 ‘창조’를 맡는다. 훌륭한 남편을 만난 나는 굉장한 행운아다.

72세 사라베스의 꿈

―당신이 추구하는 사업 철학이 있다면…

“사라베스의 음식은 무엇보다 신선해야 한다. 또한 예뻐야 하고 창조적이어야 한다. 사라베스 레스토랑은 사람들이 와서 행복해지는 장소여야 한다. 최고급 재료를 쓰고 작은 인테리어 하나까지 챙기는 것도 그 때문이다.

―언제까지 현역으로 일할 계획인가.

“육체적으로 건강한 상태에서 할 수 있을 때까지 할 것이다. 지금처럼 이 일을 사랑하는 한 계속해서 할 것 같다. 아직은 아니지만 언젠가 ‘내가 충분히 일한 것 같다’고 느낄 때는 그만 둘 것이다.

사라베스 러빈에게 ‘더 이루고 싶은 것이 있는지’ 물었다. 질문은 받은 러빈은 옆에 있던 남편에게 “내가 충분히 이뤘나?”라고 되물었다. 결국 러빈의 답은 “그냥 내가 원하는 것을 할 것이고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즐기겠다”였다.

레스토랑 이름이기도 한 자신의 이름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기억하길 바라는지 묻자 러빈은 고민에 빠졌다. 한참을 생각했고 남편과 심각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많은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행복한 시간을 줄 수 있고, 내가 가진 것을 베풀 수 있었던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사라베스 레스토랑은 손님이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곳으로 기억되길 바라고요.”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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