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안에 쏙… 눈으로 마시는 작은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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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효과 큰 미니어처 주류 수집 열기

최근 저용량 술을 장식용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늘면서 SNS에서는 저용량 술만 모아 찍는 인증샷까지 유행하고 있다. 사진 출처 인스타그램
최근 저용량 술을 장식용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늘면서 SNS에서는 저용량 술만 모아 찍는 인증샷까지 유행하고 있다. 사진 출처 인스타그램
올해 여름 결혼한 회사원 이모 씨(32·여)는 대형마트에 갈 때마다 술 판매대에 간다. 그는 술을 즐겨 마시지는 않는다. 목적은 인테리어다. 저용량 술들은 다른 인테리어 소품들에 비해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고, 아기자기함도 있어 이 씨의 눈에 들었다. 선반을 사서 저용량 술을 올려놓기만 해도 돼 꾸미기도 간편했다. 이 씨는 “남편이 마시려고 하면 말리느라 혼이 난다”면서 “장식용으로만 쓸 계획”이라면서 웃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저용량 술을 인테리어로 사용하는 바람이 불고 있다. 저용량 술은 당초 가볍게 술을 마시려는 ‘혼술족’과 주량이 세지 않은 여성들을 위해 출시됐다. 저용량 술의 판매량이 많아지며 인테리어용으로도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12일 이마트에 따르면 올 1∼9월 250mL 이하 용량 맥주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70% 높아졌다. 이마트 관계자는 “로얄살루트 21년(50mL), 발렌타인 17년(50mL), 봄베이 사파이어진(50mL) 등 대다수 미니어처 양주는 원래 용량의 상품 매출을 앞지른 것 같다”고 말했다.

저용량 술의 용량은 50∼250mL 안팎이다. 맥주(355mL 또는 500mL)나 양주(700mL 이상)의 기존 술들에 비해 용량이 아주 작다. 용량이 작을수록 인기도 높다. 당초 경품용으로 한국에서 유통됐던 롯데아사히의 135mL 아사히맥주는 최근 마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삐에로쇼핑에서 올 7∼10월 135mL 아사히맥주는 전체 수입맥주 가운데 약 68%의 판매량을 차지했다. 삐에로쇼핑은 저용량 술의 인기에 힘입어 아예 이들 술만 따로 판매하는 판매대를 만들기도 했다. 삐에로쇼핑 관계자는 “135mL 아사히맥주는 일본에 간 여행객들 사이에서 필수 쇼핑 아이템으로 입소문이 날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소주는 올해 4월 60mL 용량의 소주 6개가 들어간 선물세트도 출시했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엔 인증 샷도 넘친다. ‘미니어처 술’ 등의 해시태그(#)로 저용량 술을 모은 것을 올리는 것이다. 미니어처 술들을 교환하는 일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저용량 술을 모으는 김모 씨(31)는 “술은 그냥 두면 증발되기 때문에 술병 안에 비슷한 색상의 액체를 담아두는 방법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선 “필름으로 술 입구를 감싸면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조언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업계에선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찬우 이마트 주류 바이어는 “특별한 외관으로 소비자들의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미니어처 주류가 꾸준히 사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미니어처 술#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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