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사라진 헌트-스코필드, 중국선 ‘명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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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그룹 중국진출 20년

지난해 중국 상하이 런민광장 앞 번화가에 세운 제조유통일괄형 의류(SPA) 브랜드 ‘스파오(SPAO)’ 1호점(위 사진). 이곳은 10년 동안 중국 여성복 매출 1위 브랜드였던 홍콩의 ‘에스프리’ 매장이 있던 곳이다. 아래 사진은 푸둥 지역 바바이반 백화점에 입점한 ‘헌트’ 매장. 이랜드 제공
지난해 중국 상하이 런민광장 앞 번화가에 세운 제조유통일괄형 의류(SPA) 브랜드 ‘스파오(SPAO)’ 1호점(위 사진). 이곳은 10년 동안 중국 여성복 매출 1위 브랜드였던 홍콩의 ‘에스프리’ 매장이 있던 곳이다. 아래 사진은 푸둥 지역 바바이반 백화점에 입점한 ‘헌트’ 매장. 이랜드 제공
지난달 21일 중국 상하이 푸둥(浦東) 지역 중심가에 위치한 바바이반(八百伴) 백화점. 중국을 대표하는 백화점인 이곳 4층 남성복 매장에는 패션 브랜드 ‘헌트’가 입점해 있다. 헌트는 1990년대 초중반 한국에서 인기를 얻었던 ‘추억’의 브랜드다. 옆에는 또 다른 1990년대 인기 캐주얼 브랜드 ‘스코필드’, ‘이랜드(E·LAND)’ 매장이 잇달아 자리하고 있었다.

세 브랜드 모두 국내에서는 2006년 자취를 감췄지만 ‘무대’를 중국으로 옮겨 역사를 이어 나가고 있다. 지난해 이랜드(3000억 원), 스코필드(2000억 원), 헌트(1000억 원) 등이 모두 6000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 ‘6000억 원 브랜드’로 거듭난 추억의 브랜드

중저가 캐주얼 브랜드를 중국 시장에 안착시킨 것은 이랜드그룹의 중국법인인 ‘이롄(衣戀·이랜드 차이나)’이다. 올해는 이랜드그룹이 상하이를 시작으로 중국에 진출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지난해 이롄은 34개 브랜드, 6200개 매장을 운영하면서 패션사업으로 2조1500억 원을 거둬들였다. 이랜드의 국내 패션 매출(1조9500억 원)보다 많은 수치다. 외식 사업(2012년부터 시작) 매출까지 합치면 2조4000억 원이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패션·유통업체 중 ‘2조 원 돌파’를 이룬 기업은 이롄이 유일하다.

중국에서 ‘2조 원 기업’이 된 데에는 고급화 전략이 핵심이다. 스코필드는 한국에서는 ‘30대 초반 직장인 남성이 주말에 입는 캐주얼’이었지만 중국에서는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자 하는 30대 직장인 여성 시장을 타깃으로 했다. 40만∼60만 원대 여성 재킷과 20만∼30만 원대 여성 바지 등 중·고가 여성복을 내놓고 있다. 헌트도 주름이 가지 않는 ‘링클프리’ 바지 등 ‘캐주얼의 고급화’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다. 조광철 이롄 영업본부장은 “1년 내내 세일을 하지 않는 고급 브랜드가 된 데에는 중국의 패션사업 방식이 거리 매장 방식이 아닌 백화점 입점 위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진출 20년 만에 매출 2조 원… 대만 시장에 도전


현지화 역시 핵심 전략 중 하나다. 헌트와 함께 당시에 인기를 얻었던 ‘언더우드’는 중국인들이 좋아하지 않는 회색이 메인 색이어서 중국에 들여오지 않았다. 트렌드 분석을 위해 이롄 직원들은 1주일에 두 번씩 베이징, 상하이의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장소에 들러 사진을 찍어 한국의 이랜드 디자인실에 보내고 있다.

노수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중국 전체를 하나의 시장으로 보지 않고 세분화했고 국내 직원들을 최소 몇 년 이상 주재원으로 보내 ‘현지 전문가’로 만드는 등 현지화를 위해 중국법인을 독자적으로 운영하도록 한 것이 성공의 요인”이라고 말했다.

제품에 대한 접근은 현지화를 주장하면서도 직원 및 매장 등 운영 방식은 한국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특이한 점으로 꼽힌다. 이롄은 6000개가 넘는 매장을 100%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김영주 이롄 인사부장은 “크게 인사하기, 매장 청결히 유지하기 등 한국 매장 수준의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수익의 10%를 중국에 기부하고 중국인 채용에 신경 쓰는 등 중국 정부와 ‘관시(關系·관계)’를 위해 노력해 온 것도 성공 비결 중 하나로 꼽힌다. 이롄은 올해 법인 전체의 80%를 중국인으로 채우기 위한 ‘번디화 바스(本地化 80%)’ 목표를 세웠다.

이롄은 중국의 성공을 발판으로 4일 대만에 진출하는 등 다른 아시아 지역으로 영역을 넓힐 계획을 세웠다. 이항재 이랜드차이나 인력개발본부장은 “중국 시장이 점점 포화 상태가 되고 있어 더 넓은 시장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상하이=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이랜드#헌트#스코필드#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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