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보며 10년… 여대생이 아기 엄마 됐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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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연재 46개, 3년이상 장수

웹툰 ‘생활의 참견’의 오랜 독자인 직장인 손보배 씨(32)는 스스로를 ‘생참지기’라 말한다. 대학교 3학년 때인 2008년부터 보기 시작해 100화 특집뿐 아니라 최근 올라온 934화(17일 기준)까지 빼놓지 않고 다 봤다. 손 씨는 “아침이면 늘 생참을 챙겨 봤는데 등굣길이 출근길이 되고 지금은 딸아이 어린이집 바래다주고 오는 길에 본다”며 “만화에 자주 나오는 작가님의 아내와 두 딸도 마치 지인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김양수 작가의 ‘생활의 참견’은 독자들의 소소한 일상을 소재 삼아 옴니버스식으로 구성한 웹툰이다.

“‘가우스 전자’와 함께 직장생활을 시작했다”라고 말하는 직장인 한경진 씨(34)는 웹툰 ‘가우스전자’의 애독자다. 2011년 신입사원이 된 그가 현재 과장이 되기까지 가우스전자는 연재 6년 차를 맞았다. 가상의 전자회사를 배경으로 한 ‘가우스전자’는 회사원 입장에서 공감할 소재와 블랙코미디 성격이 특징이다. ‘가우스전자’는 주중에 출근하는 직장인처럼 월∼금 주 5일 연재된다. 작가 곽백수는 “규칙적으로 만화를 그리는 게 삶의 일부분이 됐다”며 “오랜 기간 함께해 준 독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체력 단련과 시간 관리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웹툰 연재 기간이 길어지면서 독자와 함께 성장하고 늙어 가는 ‘장수툰’이 많아지고 있다. 2003년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 만화를 연재하는 플랫폼이 갖춰진 후로 3년 이상 매주 연재되어 온 장수툰이 등장했다. 현재 네이버에서 연재 중인 작품 165개 중 46개가 만 3년 이상 연재 중인 장수툰이다. 대표적으로 2007년 연재가 시작돼 올해로 10주년을 맞는 ‘노블레스’와 6년 차 웹툰인 ‘갓 오브 하이스쿨’ 등이 있다. 노블레스를 그리는 작가 손제호, 이광수는 “주변에서 ‘노블레스 연재가 벌써 10년 됐다’는 소리를 종종 들으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복잡한 감정이 든다”며 “연재 내내 함께 호흡해 주는 독자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사를 기반으로 하는 스토리 장르뿐 아니라 일상을 소재로 하는 ‘생활툰’이 많아지면서 웹툰의 연재 기간이 무한정 늘어나는 추세다. 2006년 9월 연재를 시작한 작가 조석의 ‘마음의 소리’는 10주년을 지나 1074화(13일 기준)가 올라왔다. 작가의 일상을 소재로 매화 나름의 서사를 가미한 이 작품 역사 서사만화를 가장한 생활툰이다. 작가 본인이 주인공이고 여자 친구, 부모, 형, 반려견 등이 만화에 출연한다. 웹툰 관계자는 “댓글 창을 통해 작가와 독자가 소통하는 문화가 이미 하나의 ‘놀이’가 됐다”며 “조석 작가의 경우 10주년 때 댓글이 15만 건 이상 달릴 정도”라고 말했다. 그 밖에 ‘생활툰’ 중 3년 이상 연재된 작품은 ‘생활의 참견’(9년), ‘Penguin loves Mev’(7년), ‘패밀리 사이즈’(3년) 등이 있다.

김준구 네이버웹툰&웹소설CIC 대표는 “요일제 연재 시스템을 도입한 후로 독자들이 다음 화가 언제 올라올지 예측 가능해지면서 기다리느라 지치지 않게 됐다”며 “또한 미리보기 등 다양한 수익 모델도 작가가 안정적으로 장기 연재할 수 있는 밑거름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웹툰#생활의 참견#가우스 전자#장수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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