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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싣고 10년 달려온 ‘석학인문강좌’… “삶이 풍성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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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싣고 10년 달려온 ‘석학인문강좌’… “삶이 풍성해졌어요”

이현두 기자 입력 2018-02-28 03:00수정 2018-02-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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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연구재단 강좌 장수 비결
올해로 11년째를 맞는 ‘석학과 함께하는 인문강좌’의 신년 특강이 10일 서울 서초구 서초문화예술회관 아트홀에서 열렸다. 이날 이주향 수원대 교수가 ‘그리스 신화, 내 마음의 12별’이란 주제로 한 강연은 영하의 추위를 녹이는 청중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0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서초문화예술회관 아트홀. 추운 날씨에도 690석의 강당은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청중이 가득 찼다. 교육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이 10년간 주관하고 있는 ‘석학과 함께하는 인문강좌’ 신년 특강을 듣기 위해 1시간 전부터 사람들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이주향 수원대 교수가 ‘그리스 신화, 내 마음의 12별’이란 주제로 우리 안의 다양한 성격과 성향이 그리스 신화의 신들을 통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들려줬다. 다양한 연령층의 청중은 한마디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귀를 쫑긋 세운 채 프로그램 책자에 열심히 메모를 했다.

2시간 강연이 끝나자 10여 명이 단상 앞으로 달려가 이 교수에게 사인을 받고 인증샷을 찍었다. 박인길(72) 씨는 “강의가 재미있어서 6년 전부터 거의 빠지지 않고 듣고 있다”며 “석학 강의를 직접 들으니 공부도 많이 되고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보는 눈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박 씨처럼 강좌에 매료돼 오랫동안 꾸준히 참석하는 ‘단골 청중’이 많은 것도 석학인문강좌의 특징이다. 최근 TV 등 다양한 매체에서 인문(人文)을 주제로 한 강연과 토크 프로그램이 대거 생겨난 것도 ‘석학인문강좌’의 폭발적 인기에서 비롯됐다.

○ “국민 삶 속의 인문학으로”

석학인문강좌는 2006년 9월 ‘인문학 위기 선언’을 계기로 탄생됐다. 고사(枯死) 위기에 처한 인문학을 살려야 한다는 학계의 요청에 정부는 2007년부터 연간 300억 원의 인문학진흥 예산을 들여 교육·연구·사회 부문의 인문학 저변을 넓히고 있다.

대학 밖의 인문학 대중화를 위한 실천 방안으로 국민의 삶 속으로 찾아 나선 프로그램이 석학인문강좌다. 2007년 10월부터 1년 동안 국내 석학 10명이 10개 주제로 50주간 인문학 강좌를 토요일마다 열었다. 강좌는 석학 1명이 한 가지 주제를 놓고 4주간 강의하고 5주째에는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고전 중심으로 하되 단순히 고전 분석이나 소개에 그치지 않고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갖는 의미를 토론하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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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해에는 석학들의 연령을 낮추고 강연 내용도 인문학의 범주를 넓혀 경제학, 건축학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했다.

○ 다양한 변신, 톡톡 강의가 장수 비결

2012년 5기부터는 ‘인문학 열풍’의 전국적인 확산을 위해 지방 시리즈를 신설했다. 또 ‘말도 안 되는 한국인론’, ‘전승하는 사람은 전략이 다르다’ 등의 특별 강연도 시행했고, 9기(2016년)부터는 ‘행복한 삶, 아름다운 마무리’ 등 톡톡 튀는 관심 주제의 특강 시리즈로 청중의 만족도를 높여 왔다. 학계 교수진과 다양한 전문가로 구성된 인문학대중화위원회는 강연자를 엄선하고 진행 방식도 끊임없이 변화를 꾀하고 있다.

10기 운영위원을 지낸 부경대 채영희 교수는 “석학이라도 강의가 너무 학술적이거나 무겁지 않도록 강연자의 전달력이 중요한 선정 기준”이라며 “젊은 교수도 기용하는 등 다양한 변화로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강의가 끝날 때마다 만족도 조사를 실시해 강의 수준을 관리하고, 부족한 점은 즉시 보완한다. 평균 90%, 최고 98%의 만족도를 기록한 것도 이런 노력 덕분이다. 청중에는 교육자, 공무원, 고위직 회사원 출신이 많아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강당 밖에 커피, 녹차 등 마실 것을 마련하는 세심한 배려도 청중이 고마워하는 서비스다.

또 시간이 없거나 지방에 거주해 강연에 참석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강좌를 동영상으로 만들어 한국연구재단 기초학문자료센터, 인문학대중화 홈페이지, 한국교육학술정보원 공개 대학 강의에서 언제든지 볼 수 있게 했다.

2014년부터는 강연장을 서울역사박물관 강단(224석)에서 좌석 수가 3배에다 교통이 더 좋은 서초문화예술회관으로 옮겼다.

2015년부터는 군부대, 산업체의 인문학 소외계층에 찾아가는 ‘청춘인문강좌’를 통해 영화감독과 인문학자의 대담 등 폭넓은 주제로 다양한 강연자가 함께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누적 청중이 14만6108명에 달한다.

교육부가 2016년 ‘인문학 및 인문정신문화 진흥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것도 석학인문강좌의 규모와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큰 힘이 됐다.

○ “학문적 성과 대중과 호흡 영광”

정규 강연에 참여한 석학은 학문적 성과와 지명도가 높은 스타급 교수와 학자들이 대부분이다. 해외 4명 등 모두 136명이며 주제별로는 문학(34명), 철학(32명), 역사(26명)가 가장 많다.

학자들은 석학인문강좌에 서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평생의 연구 성과를 일반 대중과 함께 나누는 것도 큰 기쁨이기 때문이다.

인문학 외에도 다양한 전공의 석학으로 폭을 넓혀 청중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2009년 금융 분야와 인문학을 접목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화폐와 금융의 세계’, 2011년 오세정 전 서울대 교수의 ‘한국은 노벨과학상을 받을 수 있나’라는 강좌는 시대 상황과 맞아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강연 내용을 출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석학인문강좌의 큰 매력이다. 총 59권의 석학인문총서가 발간됐다. 지난해 운영위원장을 지낸 허동현 경희대 교수는 “석학들이 강연 내용을 정리해 발간한 책 중에는 베스트셀러가 많다”며 “앞만 보고 달려온 산업화 세대와 앞으로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세대가 다 함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인문학을 향유하는 데 석학인문강좌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인문학과 삶의 거리 좁혔다… 강의 화제된 윤평중 한신대 교수” ▼

“선진국이 되려면 기초학문, 특히 인문학이 뿌리내려야 하는데 대중과 거리가 있습니다. 그 간격을 석학인문강좌가 좁혔다고 봅니다.”

2016년 4월 ‘국가의 철학’ 강좌로 큰 화제를 모았던 윤평중 한신대 교수(사진)는 석학인문강좌가 시민사회와의 소통 통로를 만들었다는 데 의미를 뒀다.

윤 교수는 “청중의 연령층이 높은데도 대학생보다 수강 모습이 더 진지해 놀랐다”며 “대담 때 청중 질문이 80개나 나온 걸 보고 대중 지성이 이런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강좌가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학문적 성과를 국가의 지원을 받아 책으로 펴내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며 “나도 ‘국가의 철학-한반도 현대사의 철학적 성찰’이란 책을 내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 “역사와 고전, 생활에 큰 도움”… 10년 개근 청중 이동길씨 ▼

10년째 석학인문강좌를 ‘개근’하고 있는 이동길 씨(85·사진)는 매주 토요일이면 아침 일찍부터 가슴이 설렌다고 말했다.

이 씨는 30년 직장 생활을 마친 뒤 한국문화재보호연구회를 만들어 활동 중이다. 그는 “문화재 관련 강의를 찾아다니다 석학인문강좌를 알게 됐다”며 “첫 강연자인 임형택 성균관대 명예교수의 한국지성에 대한 강연을 듣고 강좌의 매력에 빠졌다”고 말했다.

이 씨는 “생소한 주제에 어려운 강의도 있지만 저명 교수들이 알기 쉽게 설명을 해줘서 지루한 줄 모른다”며 “석학마다 강연 스타일이 다른 것도 강좌를 재밌게 하는 요소”라고 말했다. 이 씨는 “역사와 고전 강좌는 일상생활에서도 많은 도움이 된다”며 “혼자 듣기 아까워 친구들에게 가자고 권유했는데 이 친구들이 더 열심이고 강좌에서 새로운 친구도 많이 생겨 토요일이 즐겁다”고 말했다.

이현두 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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