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신동화]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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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우리 전통식품인 김치, 고추장 등 발효식품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식품과학회(IFT)에서 발간하는 ‘식품기술(Food Technology)’ 4월호에는 ‘Kimchi’라는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 김치에 함유된 소금과 고추의 매운맛 등을 위암 원인으로 지목하는 내용이다. 특히 과도한 소금, 채소류에 함유된 아질산염에 의한 발암성 물질의 생성, 과도한 염에 의한 위벽 훼손 등에 대해 거론하고 있다. 물론 이 칼럼은 일부 연구자는 이 결과들과는 다른 의견을 내고 있다고 밝히고는 있다.

김치는 국제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한국을 대표하는 발효식품이며, 우리 정서를 잘 표현하는 세계 유일의 복발효 채소류 식품이다. 균형 영양, 독특한 향미와 함께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는 기능성, 즉 항비만, 항암, 항산화, 콜레스테롤 저하 효과도 입증되고 있다. 특히 김치 발효에 관여하는 수십 종에 이르는 미생물들은 장내 유익균(프로바이오틱)으로 작용하며 근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는 장내 미생물에 의한 건강기능 증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수천 년간 우리 민족이 먹어 왔던 김치는 현재 국내에서는 판매액 1조 원, 수출액은 7900만 달러에 이르는 제품으로 국내 산업과 수출에 효자 상품이다.

김치와 장류는 발효 과정에서 변질과 부패를 방지하고 유익균이 선택적으로 작용하도록 필요 수준의 식염을 사용하고 있다. 근래 소금의 유해성 논란 때문에 우리 제조업체에서도 폭넓은 연구를 통해 저염화에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는 있다. 그러나 이들 발효식품의 특성상 안전성을 확보하면서, 발효를 관리하고 맛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식염 사용은 필수다. 현재 시판되는 김치의 소금 함량은 2% 내외로 낮고, 장류 등도 저장성 문제가 없는 최소 수준으로 제조하여 상품화하고 있다.

소금의 최적 섭취량은 인종과 식습관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그리고 김치와 장류를 통해 체내에 흡수되는 소금의 양은 위 칼럼에서 지적한 만큼 그렇게 많지 않다.

김치와 장류는 다양한 기능과 장점이 많은 식품이다. 이것들을 부각시키려면 일부에서 지적하는 위험성을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는 이와 관련된 연구가 많이 진행됐고 발표도 되었으나 이 결과를 국제적으로 알리는 데는 소홀했다.

이제 학계와 관련 기관 그리고 업계가 공동으로 우리 전통 발효식품의 우수성과 기능성을 과학적으로 심도 있게 밝히고, 이를 국제사회에 알리고 인정받아야 한다. 아무리 보물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알리지 않으면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없고 잘못된 인식은 우리 전통 발효식품의 국제화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국제식품과학회 식품기술#김치 발효식품#전통 발효식품의 국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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