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부터 광복 직후까지… 어려운 우리 토지용어 정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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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중앙연구원-연세대 국학연구원

▲한국토지용어사전
▲한국토지용어사전
  ‘김구가 아뢰기를 “양전(量田·논밭을 측량하는 것)을 이미 가을이 되기를 기다려 거행토록 명하셨는데, 새로 경상 감사에 제수된 유집일(兪集一)이 평소 방전(方田)의 법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법을 써서 시행토록 하는 게 마땅합니다.’(숙종실록 34권)

 1700년(숙종 26년) 8월 5일 농지 측량조사를 놓고 조정 대신들 사이에 오간 대화 중 한 토막이다. 관료 유집일(1653∼1724)의 방전법(方田法) 시행이 비중 있게 논의됐음을 알 수 있다. 방전법이란 은결(隱結·부정한 방법으로 조세 부과 대상에서 누락시킨 토지)을 방지하기 위해 토지를 일정한 크기의 사각형으로 구획하는 방안이다.

 방전 논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한제국 시기 유진억은 ‘방전도설(方田圖說)’에서 지주의 토지 소유를 제한하는 개혁안으로 방전법을 주장한다. 이처럼 토지제도는 역사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 핵심적인 개념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토지 관련 용어가 까다롭다보니 일반인들이 사서를 읽는 데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조선시대 토지대장인 ‘양안’. 충남 아산군 일북면의 토지 현황이 정리돼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조선시대 토지대장인 ‘양안’. 충남 아산군 일북면의 토지 현황이 정리돼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한국학중앙연구원과 연세대 국학연구원은 최근 학계 최초로 ‘한국토지용어사전’을 최근 발간했다. 연구에서부터 집필까지 총 5년이 걸린 역작으로 최윤오 연세대 사학과 교수를 비롯한 총 60여 명의 사학자와 경제학자가 참여했다. 연구팀은 삼국시대부터 광복 직후를 아우르는 기간에 사용된 토지용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토지제도를 비롯해 토지문서, 재정, 농서, 농법, 농구, 지리서, 인물 등에 걸쳐 표제어 1500여 개를 빼곡히 수록했다.

 특히 표제어 설명을 사서 원전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점이 눈길을 끈다. 예컨대 표제어 ‘미(米)-도정’의 경우 태종실록의 용례(1412년 태종이 녹봉을 갱미 대신 조미로 지급하게 했다)를 들어 ‘갱미는 조미보다 도정이 더 정밀하게 된 쌀을 의미한다’고 설명하는 식이다.

 연구팀을 이끈 최윤오 교수는 “한국 역사학계의 토지 관련 사회경제사 연구 성과를 대중이 알기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사전에 각종 삽화나 표를 충분히 수록해 이해를 도왔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향후 이 사전의 영문판 출간과 온라인 서비스를 추진할 계획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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