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정원에서 활짝 꽃피운 인문-사회학적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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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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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의 공간사회학’ 펴낸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와 제자 김미영 씨

서울대 환경대학원 옥상정원 ‘하늘마당’은 조경학자들뿐만 아니라 사회학자인 전상인 교수(왼쪽)와 박사과정에 있는 김미영 씨에게도 인문학적인 상상력을 자극하는 연구 대상이다.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조성된 하늘마당은 일반인들에게도 개방돼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서울대 환경대학원 옥상정원 ‘하늘마당’은 조경학자들뿐만 아니라 사회학자인 전상인 교수(왼쪽)와 박사과정에 있는 김미영 씨에게도 인문학적인 상상력을 자극하는 연구 대상이다.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조성된 하늘마당은 일반인들에게도 개방돼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관악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서울대 환경대학원 ‘하늘마당’은 서울대 1호 옥상정원이다. 2011년 5월 서울시의 지원을 포함해 3억 원을 들여 746m²에 흙을 깔고 꽃과 나무를 심었는데 최근 벌집을 들여온 뒤로는 벌들이 꽃과 물을 찾아 이곳저곳을 분주히 날아다닌다. 교직원과 학생, 관악산 등산객들에겐 쉼터이고, 환경조경학과 학생들에겐 귀한 실습 현장이다.

하늘정원은 사회학자인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의 인문학적인 상상력도 자극했다. 그 결과물이 ‘옥상의 공간사회학’(auri·건축도시공간연구소)이다. 홍익대 도시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도시계획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박사과정에 있는 김미영 씨와 함께 썼다.

“옥상에 대해 연구하려고 자료를 찾아보니 국내외에서 옥상을 인문학적으로 접근한 전례가 없더군요. 도시공학과 건축을 공부한 제자가 외눈박이 사회학자인 저를 보완해주겠거니 믿고 연구를 시작했지요.”

전 교수는 제자의 건축학적 배경에 기대어 옥상의 개념과 역사부터 훑는다. 지금과 같은 평평한 옥상은 근대의 산물이다. 바닥부터 꼭대기까지 수직으로 쌓아올리는 기하학적 공간관이 확산되고 철근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방수 기법이 발명된 덕에 바닥의 지지 없이도 비가 샐 염려 없는 평면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 연구가 빛을 발하는 것은 르코르뷔지에의 모더니즘 건축부터 이상의 ‘날개’와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까지 인문학과 대중문화를 가로지르며 옥상에서 야누스의 두 얼굴을 읽어내는 통찰력 덕분이다.

우선 옥상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평소엔 보이지 않아 부재하지만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옥상은 개인의 것인 동시에 이웃과 나눠 쓰거나 도시 경관의 일부라는 점에서 공유되는 공간이다. 권력과 자본이 지배하는 공간이면서 때로는 사회적 약자들의 저항의 무대가 되기도 한다. 전 교수는 이를 “내려다보는 자와 올려다보는 자 사이에 존재하는 시선의 비대칭성을 향유하는 곳”이라고 표현했다. 구조와 탈출이 가능한 생명의 장소이면서 추락과 사고가 일어나는 죽음의 공간이고, 버려진 공간이자 가꿈의 대상이기도 하다.

제자인 김미영 씨는 “도시공학을 공부할 때 도시의 효율 증대만을 생각했는데 인문학적으로 접근하면 이렇게 풍성한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도시 개발에 인문학적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전 교수도 “도시의 수준은 도시 연구의 수준을 벗어날 수 없다. 지금의 도시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그건 도시를 공학으로만 접근해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스승과 제자는 ‘옥상의 공간사회학’이 옥상의 재발견으로 이어지기를 바랐다. “옥상은 도시의 마지막 미답지이자 도시 면적을 지속적으로 늘려주는 공급원입니다. 야누스의 두 얼굴 가운데 미래의 밝은 쪽을 가꾸고 키우는 것이 도시인들의 마땅한 선택이 될 겁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옥상의 공간사회학#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김미영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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