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우효 “어지러운 세상과 슬퍼지는 나를 담았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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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반 만에 2집 ‘성난 도시로부터 멀리’ 낸 싱어송라이터 우효

16일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싱어송라이터 우효는 “사람들이 자신을 쌓아올리는 것에만 열을 올리느라 위로와 사랑의 힘을 과소평가하는 것 같다”고 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6일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싱어송라이터 우효는 “사람들이 자신을 쌓아올리는 것에만 열을 올리느라 위로와 사랑의 힘을 과소평가하는 것 같다”고 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오늘도 토끼탈을 쓰고 왔나요, 라고 물었다.

네, 약간은요. 맞은편에 앉은 우효(본명 우효은·26)가 답했다.

‘민들레’ ‘청춘’ ‘Vineyard’…. 담백하지만 아찔하게 아름다운 멜로디의 곡들로 이름난 천재 싱어송라이터 우효가 2집 ‘성난 도시로부터 멀리’로 돌아왔다. 3년 반 만의 정규앨범이다.

2014년 데뷔 이래 f(x)부터 방탄소년단까지 다양한 가수가 즐겨 듣는다며 치켜세웠지만 정작 우효는 방송 출연과 공연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 신비로웠다. 내향적 성격과 완벽주의 때문이다.

“대학교(영국 런던시티대)를 2017년 6월 졸업한 뒤 한국에 들어와서 쭉 앨범 준비만 했어요. 이번 앨범은 전의 것들보다 더 슬퍼요. 어렸을 땐 개인적인 슬픔만으로도 벅찼는데, 세상의 어지러운 이슈와 그 안의 자신을 보니 갈수록 더 슬퍼지는 거예요.”

앨범 제목의 ‘성난 도시’는 그가 살아온 모든 대도시(서울, 런던, 마드리드)의 교집합이다. 더구나 최근 한국 사회에 불거진 이슈들이 음반의 그늘진 곳에 가속페달을 달았다.

“도시의 문화는 한마디로 ‘미쳤다’에 가까워요. 조급해요. 타인에 대한 판단도, 자기가 하고픈 일에 대한 결정도요. 연애나 성을 대하는 방식에서도 역시 조급하고 자기중심적이죠.”

수록곡의 제목과 가사에 우효는 자기 성격처럼 소심하게 시적으로 성난 심정과 체념을 심어뒀다. ‘내 인생에 행운 같은 건 없어요… 오늘도 이 탈을 쓰고 웃어요’(‘토끼탈’)

거의 모든 곡이 그렇다. 멜랑콜리를 탑재한 특유의 우울한 ‘우효 코드’는 적당히 신나는 리듬과 기묘한 이율배반을 이룬다. 우효는 “늘 사람들을 향해 울부짖고 싶은데 현실의 저는 반쯤 농담인 척 얼버무리곤 한다. 그게 투영된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라면’이란 곡은 ‘안 좋은 식습관을 그만두자!’는 주장을 말하는 저의 긴장하는 모습, 얼버무리는 모습이 음악적 구조에 저도 모르게 담겨버렸어요.”

레게풍의 ‘울고있을레게’에 나오는 가사(‘자랑할 만한 사진도 없어’)엔 요즘의 연애관에 반하는 주장을 담고 싶었다고 했다.

‘민들레’의 사랑 고백처럼 슬픈 도시인들을 향한 응원도 있다. 타이틀곡 ‘테니스’는 진로를 꿈과 연결시키지 못하는 젊은이들에게 바친다. “테니스 스타가 되고 싶었지만 현실에서는 테니스 전자게임만 하고 있는 사람을 향한 응원을 담았다”고.

우효는 요즘 운전면허 시험을 준비 중이다. 스스로를 응원하는 방식. “어딘가 넓은 땅을 질주해보고 싶어서요. 성난 도시로부터 멀리 가보고 싶어서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싱어송라이터 우효#2집 성난 도시로부터 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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