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DNA로 먼 과거도 밝혀” 40년째 유효한 유전자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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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40주년 기념판/리처드 도킨스 지음·홍영남 이상임 옮김/632쪽·2만 원·을유문화사

1976년 처음 출간돼 25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며 인류의 세계관에 지대한 영향을 준 ‘이기적 유전자’ 40주년(2016년) 기념 판본이다.

“인간은 이기적 유전자의 복제 욕구를 수행하는 생존 기계”라는 이 책의 메시지는 그 선명함만큼이나 인간의 이기성만 강조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그러나 30주년 기념판 서문에서 저자는 “생물 개체들은 종의 이익을 위해 이타적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유전자의 이기주의는 개체의 이타주의로 모습을 바꾸기도 한다”면서 “그러나 생명의 여러 계층 구조 속에서 자연선택이 작용하는 ‘이기적’ 수준은 결국 유전자”라고 재반박했다.

40주년 기념판에도 에필로그가 새로 수록됐다. 그는 “생명을 유전자의 관점에서 보는 건 단지 이타성이나 이기성의 진화를 밝힐 수 있는 것만이 아니다”라며 “아주 오래된 과거 또한 밝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분자유전학이 지속 발전하면 한 동물 유전체로부터 그 조상이 살았던 환경도 읽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이다.

“원칙대로라면 두더지의 DNA는 축축하고 깜깜하며 지렁이 냄새, 잎이 썩는 냄새, 딱정벌레 애벌레 냄새로 가득한 지하 세계를 드러내야 한다.…아라비아 낙타의 DNA에는 고대 사막, 모래바람, 사구, 목마름이 코딩돼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오해를 낳을 소지만큼이나 매력적인 문장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이기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스#유전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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