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잘 안다고 믿는 순간, 예측은 빗나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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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일단 의심하라/폴 굿윈 지음·김옥련 옮김/388쪽·2만2000원/니케북스

트럼프 당선-브렉시트 가결 등 전문가들조차 정확히 예측 못해
틀릴 수 있다는 사실 인정하기, 극단적 주장 일단 경계하기 등 정확한 예측 위한 안내서 역할

이상과열 현상을 보인 비트코인의 미래를 두고도 전문가들의 예측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예측, 일단 의심하라’는 어떤 예측이 좀 더 신빙성이 있는지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동아일보DB
이상과열 현상을 보인 비트코인의 미래를 두고도 전문가들의 예측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예측, 일단 의심하라’는 어떤 예측이 좀 더 신빙성이 있는지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동아일보DB
당신이 만약 영국 프리미어리그 유명 구단들을 쓸어버린 ‘레스터시티’의 지난해 우승과 브렉시트 가결, 트럼프 대선 승리에 2만 원 남짓을 걸고 내기했다면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까. 베팅업체에서 낸 승산확률을 기반으로 돌려보면 총 220억 원을 벌어들일 수 있었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잘못된 예측을 했다는 뜻이다. 멀리 갈 것 없이 비트코인 열풍만 해도 그렇다. 비트코인 신화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에 많은 이들이 ‘그때 제대로 예측했더라면’ 하고 아쉬워했다.

예측은 원래 쉽지 않다. 멀쩡하던 은행과 유통업체들이 경제 격랑 속에 무너지고 정치적 이변이 속출하는 최근에는 전문가들이 내놓는 예측이 맞지 않을 때가 너무 많다. 수없이 쏟아지는 각기 다른 예측 가운데 옥석을 가릴 수 있는 기준은 없는 것일까.

예측에 대한 안내서를 자처한 이 책에 따르면, 우선 예측은 언제든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두는 게 먼저다. 정확한 예측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건 없다’는 태도다. 전문 정보와 지식, 데이터 분석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는데도 예측은 자꾸 빗나간다. 속내를 숨겼던 트럼프 지지자들처럼 정보 자체가 잡히지 않는 경우도 있고, 데이터 해석에 편향된 관점이 개입됨으로써 엉터리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2004년 스리랑카 최고경영자들은 5년 내 관광산업에 일어날 일에 대한 예측을 의뢰해 상세한 보고서를 확보했지만, 석 달 뒤 닥쳐올 쓰나미는 예상하지 못했다.

예측의 불완전성을 이해했다면 그 다음은 뭘까. 분야별 전문가를 주목하는 건 권장할 만한 방법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전문가를 식별할 수 있는 안목을 갖추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가장 쉬운 팁을 하나 소개하자면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이들은 일단 경계할 필요가 있다.

예측의 세계에서 단번에 주목받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극단적 예측을 내놓는 것이다. 운 좋게 맞아떨어지면 단번에 스타가 된다. 설령 빗나가도 예측은 원래 잘 틀리므로 금방 잊혀진다. 명성을 굳힌 전문가들이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더 대담한 예측 값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는 연구도 있다. 저자에 따르면 그런 예측을 ‘구매한’ 이들은 상당한 희생을 치렀다.

예측에는 이해관계에 따른 목적, 의도가 개입될 수 있음도 유념해야 한다.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등을 예측하는 국제통화기금은 통계모형으로 결과를 산출한 뒤 이런저런 조정 작업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이해관계 국가들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물가상승률을 낮게 잡아주는 등 의도적 조정이 있었음이 확인되기도 했다.

예측이 아니라 의견을 주장하는 집단의 목소리를 무시할 줄 아는 것, 예측 결과만이 아니라 그것이 도출되는 과정이 얼마나 타당한지를 따져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한국의 사회·경제 각 분야에서는 오늘도 수많은 전문가들이 상반된 예측을 내놓고 있다. 그때마다 귀가 팔랑거리고 혼란스럽다. 하지만 예측을 통해 미래를 완벽히 통제하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하다. 중요한 건 주변에 넘쳐나는 예측의 효용가치와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쓸만한 것들을 가려내는 능력이다. 올바른 예측을 분별하는 눈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방대한 사례와 연구가 망라돼 있다. 원제는 ‘Forewarned: A sceptic‘s guide to prediction’.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예측 일단 의심하라#폴 굿윈#김옥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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