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우리와 꼭 닮은 日 출판계의 ‘생존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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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책방의 미래/북쿠오카 편저·권정애 옮김/408쪽·1만6000원·펄북스
◇책의 소리를 들어라/다카세쓰요시지음·백원근옮김/320쪽·1만5000원·책의학교

지난해 가을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북쿠오카 페스티벌’의 벼룩시장 이벤트 ‘한 상자 헌책방’. 행사 개최 장소인 느티나무길은 종일 책 애호가들로 북적였다. 펄북스 제공
지난해 가을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북쿠오카 페스티벌’의 벼룩시장 이벤트 ‘한 상자 헌책방’. 행사 개최 장소인 느티나무길은 종일 책 애호가들로 북적였다. 펄북스 제공
‘북쿠오카(bookuoka)’는 가을마다 일본 후쿠오카의 출판인, 서점 관계자, 북 디자이너, 작가 등이 모여 개최하는 북 페스티벌의 명칭이다. ‘책과 책방의 미래’는 2015년 이 행사 10주년을 맞아 참가자들이 11시간 동안 벌인 난상토론을 옮겨 담았다.

참석 인원은 12명. 그중 6명은 도쿄, 오사카, 히로시마에서 온 외지인들이었다. 토론은 자연히 한 도시에 대한 이야기에 국한하지 않고 일본 출판업계의 전반적인 현실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참가자 중 한 명은 목에 호루라기를 걸고 앉아 있었다. “책과 책방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되 푸념에 가까운 대안 없는 비판은 피하자”는 취지를 지키기 위한 ‘경고’를 맡은 이였다. 책을 만들고 유통하고 판매하며 공존하는 이곳 토론자들은 우선 ‘독자들이 책에서 멀어진 데 대한 책임이 우리에게도 있다’는 자성을 공유했다.

그 덕에 ‘이상하고도 이상한 출판 유통’ ‘서점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등 결코 밝거나 가볍지 않은 주제를 짊어진 이들의 대화는 시종 치열하게 진행되면서도 서로에 대한 격려와 배려의 태도를 놓치지 않았다.

그저 바다 건너 딴 나라 이야기로 치부할 수 없음은 첫 장(章)부터 확인할 수 있다. 출판전문지 ‘문화통신’ 편집장인 호시노 와타루 씨의 다음 발언에서 ‘이 나라’를 한국으로 바꿔 읽어도 별로 어색하지 않다.

“이 나라의 출판업 유통 시스템은 이미 구조적으로 붕괴해 버렸다. 독일에는 매출이 몇 년째 계속 늘어 분점을 내는 소규모 동네서점이 존재한다. 사업 모델이 이 나라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이 나라 책방은 책만 팔아서는 생존할 수 없다.”

책 도매상의 불투명한 운영으로 인한 ‘어림 배본’의 문제, 아무리 노력해도 도무지 내려가지 않는 반품률, 호황 때 정착돼 불황에도 개선되지 않는 유통 구조…. “책 읽기보다 서점이라는 공간 자체가 좋아서” 책방을 연 사람들의 절절한 생존기, 출판업자와 도매업자의 답변이 한국 출판계의 모습을 거듭 연상시킨다.

출판업에 대한 관심으로 이 책을 들췄다가 업계 내부자들의 생소한 대화에 소외감을 느낀 독자라면 36세 북 큐레이터 하바 요시타카의 이야기를 다룬 ‘책의 소리를 들어라’를 함께 훑어볼 만하다.

하바는 공간마다 최적의 효율과 미관을 고려해 책장을 배열하는 일을 하는 전문 스타일리스트다. 책 공급자가 아닌 독자의 욕망에 발맞춰 책이라는 상품의 소비 최전선을 움직이고 있는 인물.

‘책과 책방…’에서의 한 책방 주인은 “책장에 손님 스스로 선택할 여지를 남겨두지 않는 서점에 대한 불쾌감”에 대해 언급한다. 북 큐레이터의 이야기가 정답이 아닌 하나의 사례임을 알려주는, 두 책의 연결점이다. 지난주 서울국제도서전을 흥미롭게 둘러본 독자에게는 두 책 모두 유용한 사고 확장의 도구가 될 것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책과 책방의 미래#북쿠오카#책의 소리를 들어라#다카세쓰요시#일본 출판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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