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원의 옛글에 비추다]참 딱한 사람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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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우칠 줄을 모르면 잘못인 줄을 모르고
잘못인 줄을 모르면 스스로 만족하는 마음이
생긴다

夫不知悔則不知非不知非則便生自足之心
(부부지회즉부지비 부지비즉편생자족지심)

-김윤식의 ‘운양집(雲養集)’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른다. 형편상 어쩔 수 없이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고, 모르고 실수로 잘못을 저지르기도 한다. 애초 잘못된 일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기는 하지만 어쩌다 잘못을 하게 되었다면 그 뒤의 처신이라도 제대로 하여야 더 큰 잘못에 빠지지 않게 된다.

 길을 잘못 들었을 때에는 얼른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옛말에, 멀리 가지 않았을 때 돌아오는 경우는 후회에 이르지 않고 오히려 좋다고도 하였다. 지난 흔적을 지울 수는 없지만 앞으로는 제대로 된 길 위를 바르게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된다.

 조선 말기의 문인인 이대직(李大稙·1822∼1915)은 당호(堂號)를 ‘만회당(萬悔堂)’이라 짓고 그 기문을 김윤식(金允植·1835∼1922)에게 부탁하며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내가 요사이 잠이 적어지고 생각이 많아져 평생의 일을 점검해 보니 일마다 후회스러워 만회당이라 당호를 짓고는 만년에 지난날의 잘못을 반성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당시 이대직의 나이는 83세였다. 고령의 나이에 후회하며 뉘우쳤던 일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의 이름을 만회당이라 지을 정도라면 자신이 떠올릴 수 있는 잘못은 뉘우치고 고쳐나갔을 것이라 생각된다. 부탁을 받은 김윤식은 뉘우치고 후회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를 위와 같이 정리하여 말하였다.

 자신을 반성하고 뉘우치는 과정에서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 수 있는데, 반성할 줄을 모른다면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알지 못하게 된다. 잘못인 줄을 알아야 고쳐나갈 수 있을 텐데, 반성하지 않을 경우 평생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지 못하고 말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으니 평생 후회하며 자책할 일도 없겠지만 그런 마음가짐이 참 딱하기만 하다. 그리고 자신의 깊은 속마음에 물어보라 권하고 싶다. 정말 자신은 잘못이 없는지.

 김윤식의 본관은 청풍(淸風), 호는 운양(雲養)이다. 조선 말기에 태어나 문과에 급제하여 여러 벼슬을 지냈으며, 일제강점기에 말년을 보냈다. 일본의 작위를 받기도 하였고, 우리나라의 독립을 주장하기도 하여 여러 평가가 뒤따른다.
 
이정원 한국고전번역원 책임연구원
#김윤식#이대직#운양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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