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선별, 알고리즘보다 사람의 안목이 더 중요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5일 13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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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악셀 슈프링어의 합작벤처 ‘업데이’ 방문기

“어떤 기계도 잘 훈련받은 편집자보다 좋은 기사를 골라내진 못합니다. 중요한 뉴스는 결국 알고리즘이 아닌 인간이 골라야 하고, 인간에 의해 독자에게 전달돼야 합니다.”

지난달 22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의 ‘KPF 디플로마-디지털 저널리즘 과정’ 일환으로 독일 베를린에 있는 뉴스 애플리케이션(앱) 회사 ‘업데이(Upday)’를 찾았을 때 미하엘 파우스티안(Michael Paustian) 업데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강조한 말이다. 삼성과 독일 최대 미디어기업 악셀 슈프링어의 합작벤처로 탄생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던 업데이는 2015년 9월 독일과 폴란드에서 시험 서비스를 선보인 뒤 올해 2월 독일, 폴란드, 영국, 프랑스 4개국에서 각각의 언어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출시 10주 만에 150만 명의 사용자를 모으는 성과를 냈다.

○‘알고리즘’보다 ‘휴먼 큐레이션’이 중요

4개국에서 2000개가 넘는 뉴스 소스를 통해 자체 개발한 고유의 뉴스 선별 알고리즘, 저널리즘과 머신러닝의 훌륭한 결합…. 업데이를 방문하기 전 기자가 들었던 업데이 관련 뉴스들이었다. 인공지능, 가상현실, 증강(增强)현실이 정보기술(IT) 업계의 화두가 된 터라 업데이에서도 자사의 뉴스 알고리즘이 얼마나 훌륭한지, 그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운영하는데 어떤 기술이 사용됐는지를 집중 설명해줄 거라 여겼다.

이런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흡사 대학원 조교처럼 보이는 파우스티안 디렉터는 약 2 시간에 걸친 방문 내내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뉴스’ 즉 휴먼 큐레이션(human curation)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이 휴먼 큐레이션이 페이스북의 인스턴트 아티클이나 애플의 애플뉴스와 업데이를 결정적으로 구분해주는 요소라고 덧붙였다.

휴먼 큐레이션이 왜 중요할까. 그는 “중요한 뉴스는 결국 인간의 손으로 고르고 이를 통해 모바일 상에서 구현돼야 한다는 것이 업데이의 신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누구나 정치에 관심이 있지만 딱딱하고 긴 정치 기사는 아무도 읽지 않는다. ‘정치에 관심이 있지만 정치 기사를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 ‘그가 읽을 만한 기사를 골라주는 일’은 오로지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업데이는 독일, 폴란드, 영국, 프랑스 4개국에 각각 5명 씩 총 20명의 에디터를 두고 있다. 이들은 주 7일, 일일 24시간 체제로 일하며 사용자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뉴스를 골라준다. 4개 지사에 근무하는 에디터들의 국적, 성별, 배경은 일부러 다양하게 뽑았다고 한다. 다양한 관점의 뉴스를 독자들에게 전달해주기 위해서다.

파우스티안 디렉터는 “지금 브렉시트로 전 세계가 난리인데 업데이 에디터들은 항상 관련 뉴스를 전할 때 짧은 요약문(short summary)이나 한 눈에 보는 기사(article at a glance)를 직접 써서 뉴스와 같이 올린다”며 “독자들이 굳이 기사를 클릭하지 않아도 어떤 이슈가 중요한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브렉시트처럼 대형 사건이 터졌을 때는 ‘이 사건이 이런 이유로 일어났구나’라는 배경 설명을 독자에게 반드시 제공해줘야 한다”며 “애플 뉴스나 아마존 킨들처럼 휴먼 에디토리얼 기능이 없는 서비스나 IT 기기를 사용할 때와 달리 업데이 앱에서는 딱딱하고 긴 기사를 매우 이해하기 쉽다”고 자신했다.

독일 베를린 시내 중심가에 있는 업데이 사무실 전경. 6월 22일 이 곳을 찾았을
 때 전 유럽이 ‘유로 2016’으로 들썩이고 있는 것을 반영하듯 업데이 사무실에도 온통 축구 관련 소품들이 뒤덮고 있었다. 
언론사 사무실이라기보다는 대학교 동아리방같은 분위기가 풍겼다.  베를린=하정민기자 dew@donga.com
독일 베를린 시내 중심가에 있는 업데이 사무실 전경. 6월 22일 이 곳을 찾았을 때 전 유럽이 ‘유로 2016’으로 들썩이고 있는 것을 반영하듯 업데이 사무실에도 온통 축구 관련 소품들이 뒤덮고 있었다. 언론사 사무실이라기보다는 대학교 동아리방같은 분위기가 풍겼다. 베를린=하정민기자 dew@donga.com

○‘알아야 할 뉴스’와 ‘알고 싶은 뉴스’

업데이 앱은 크게 ‘알아야 할 뉴스(Need to Know)’과 ‘알고 싶은 뉴스(Want to Know)’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알아야 할 뉴스’는 앞서 설명한 업데이 에디터들이 그날그날의 가장 중요한 화제들을 선별해 제공한다. ‘알고 싶은 뉴스’에서는 정치, 경제, 문화, 자동차, 패션 등 사용자가 직접 지정한 관심 분야의 뉴스가 알고리즘을 통해 제공된다.

업데이 에디터들이 직접 골라주는 ‘알아야 할 뉴스’는 하루 평균 22~23개 정도다. 이를 배치할 때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세심한 분류와 배치가 필요하다고 파우스티안 디렉터는 설명했다.

그는 “특정 사용자가 과학 분야에 관심이 많다면 ‘그가 좋아할 만한 과학전문 기사, 대다수 사람들에게 공분을 일으킬 만한 사건사고 기사, 감동을 주는 미담 기사, 업데이 자체 알고리즘이 추출한 이 독자가 좋아할 것 같은 또 다른 기사’ 라는 식으로 기사를 내보낸다”고 밝혔다. 이어 “수없이 실험한 결과 독자들은 나쁜 기사를 읽은 다음 반드시 웃긴 이야기를 읽기를 원한다”며 “나쁜 기사를 2개 연속으로 읽기를 원하는 독자는 없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연내 사용자 1000만 명 확보”

서비스 시작 10주 만에 약 150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업데이는 연말까지 이를 1000만 명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파우스티안 디렉터는 “150만 명 사용자의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5점 만점에 평균 4.3을 줬다”며 “또한 이들 대부분이 업데이 앱을 계속 이용하겠다고 답한 만큼 1000만 명 사용자를 확보하는 일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업데이의 주 수입원은 광고다. 업데이가 게재하는 카드뉴스 10~12장 중 1장 정도의 비율로 광고가 들어간다. 파우스티안 디렉터는 “독자들을 짜증나게 할 만큼 비중이 높지 않고, 광고가 싫은 독자는 그냥 손가락으로 해당 광고를 넘기기만 하면 된다”며 “광고 배너나 애드센스도 없고, 애드 블락커에게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삼성과의 제휴를 위해 2015년에만 총 10차례 넘게 한국을 방문했다는 그는 “시기를 단언할 수는 없지만 한국 시장에 진출해 한국어 서비스도 제공하고 싶다”며 “네이버가 뉴스 콘텐츠 시장을 70% 이상 점유하는 독점 시장이니 오히려 새로운 업체에게 더 많은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낙관했다. 그는 “업데이 앱이 네이버와 완전히 다른 사용자 경험(UI/UX)을 제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베를린=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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