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원 “발레의 끝없는 외도?… ‘좋은 춤’ 공부일 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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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나 김주원, 뮤지컬-방송 이어 오페라 ‘오를란도 핀토 파쵸’ 출연

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오페라 ‘오를란도 핀토 파쵸’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주원.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러시아의 볼쇼이발레학교로 유학을 떠나 오페라를 자주 보며 외로움을 달랬던 추억이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오페라 ‘오를란도 핀토 파쵸’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주원.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러시아의 볼쇼이발레학교로 유학을 떠나 오페라를 자주 보며 외로움을 달랬던 추억이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비가 오니 온몸이 쑤시네요.”

비가 쏟아지던 3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발레리나 김주원(39)을 만났다. 아프다는 이야기를 꺼내다 그는 갑자기 말문을 닫았다. “아프다는 이야기를 하면 안 되는데…. 발레를 하려는 후배들이 가뜩이나 줄어드는데 이런 이야기 하면 안 되죠.”

항상 발레 생각으로 가득한 그는 올해 세는나이로 마흔을 맞았다. 무용수로는 환갑이지만 지금이 자신의 전성기인 듯 분야를 넘나들며 활약하고 있다. 발레는 물론 뮤지컬, 방송, 교단에서 활동하던 그는 올해 오페라에 도전했다. 18∼21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리는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오를란도 핀토 파쵸’에 출연하는 것. 국립오페라단 김학민 단장과 이탈리아 연출가가 그에게 출연을 제의했다.

“첫 오페라 출연이에요. 출연 시간은 10분 정도에 1m²의 조그만 공간에서 춤을 추는 것이지만 작품 속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비중에 상관없이 출연을 결정했어요.”

그는 국립발레단에서 수석 무용수로 활동하며 15년간 최정상의 자리에서 한국 발레계를 이끌었다. 하지만 2013년 갑작스러운 퇴단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발레단이라는 울타리 안과 달리 프리랜서로서의 활동은 쉽지 않았다. 발레단에서는 아무 생각 없이 춤만 잘 추면 됐지만 울타리 밖에서는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관리해야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발레단에 있던 시기가 가장 편했던 것 같아요. 나와 보니 1인 다역을 소화해야 하더라고요. 시간을 가리지 않고 일해야 하고 신경 쓸 것도 한둘이 아니에요.”

그는 오페라를 넘어 연극에도 도전하고 싶다는 소망을 비쳤다. 무대에서 말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그의 ‘외도’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도전이 춤을 잘 추기 위한 과정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저에게는 모두 좋은 춤을 추기 위한 공부예요. 발레는 종합예술이거든요. 공부하는 만큼 제 춤이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방송도 춤을 알리기 위해 필요할 때만 나서는 거예요.”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후배들을 가르치는 일에도 새롭게 눈을 뜨고 있다. 그는 3년 전부터 성신여대 무용예술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교수직을 맡기 전까지 제자를 받아 본 적이 없어요. 저 하나 돌보기도 바빴죠. 하지만 어느 순간 이런 제가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제는 제가 가진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가르쳐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는 발레리나로서 ‘최고’라는 명예를 얻었던 무용수다. 하지만 정작 ‘최고’라는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예술에는 최고는 없어요. 전 언제나 최선을 다할 뿐이에요. 2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해도 전 절대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그때만큼 열심히 최선을 다할 자신이 없어요. 그 대신 앞으로 얼마나 춤을 출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동안은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김주원은 춤밖에 모르는 ‘춤쟁이’였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김주원#오를란도 핀토 파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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