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오빠 서태지 떠나도… 아빠 서태지는 영원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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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집 ‘콰이어트 나이트’ 들고 5년만에 돌아온 서태지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서 만난 가수 서태지는 “문화대통령이란 별칭이 자랑스럽지만 족쇄 같기도 하다. 후배 누군가가 빨리 이 타이틀을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서 만난 가수 서태지는 “문화대통령이란 별칭이 자랑스럽지만 족쇄 같기도 하다. 후배 누군가가 빨리 이 타이틀을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 “서태지 시대는 사실 1990년대에 끝났다고 생각해요.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그걸 받아들이고 노력하면 전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태지(정현철·42)는 신이 아니었다. 40대가, 아빠가 돼 돌아온 서태지를 9집 ‘콰이어트 나이트’가 발매된 20일 오후 만났다. 2009년 8집 ‘아토모스’ 이후 5년 만의 귀환에 대해 서태지는 “제 2세에게서 받은 강렬한 이미지가 고스란히 음악으로 나왔다. 아빠로서 딸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를 신작에 담았다”고 했다. 자신의 시대는 끝났다고, 8월에 태어난 딸 삑뽁이(태명)가 신작의 뮤즈라 말하는 서태지가 낯설었다. 》

‘오빠 서태지’는 ‘아빠 서태지’로 단단히 변했다. 새 앨범 콘셉트도 ‘동화’다. 서태지는 “딸이 예닐곱 살이 돼 세상을 여행하면서 느끼게 될 이야기를 상상해 담았다. 앨범 표지의 소녀도 그런 딸의 모습”이라면서 “마지막 곡(‘성탄절의 기적’)은 임신한 아내의 배에 대고 들려주던 태교음악이었다”고 했다. “‘컴백홈’에서 ‘또다시 부모의 제압이 시작됐지’라고 했는데, 딸에게 전 어떤 아빠가 돼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잔혹동화도 숨겨뒀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저희 집에서 보안사 건물도 보였고 검문검색도 많았어요. 그때 느낀 공포를 ‘소격동’의 울렁울렁하는 신시사이저 소리에 담았어요.”

새 앨범에는 ‘한물간 90s Icon/물러갈 기회가 언제일까 망설이네’(‘90s Icon’ 중)란 가사가 있다. “음악 만들 때마다 ‘90년대같이 할 수 있을까… 안 되는구나, 안 되는구나’ 하는 좌절을 매일매일 겪어요. 7집의 ‘제로’ ‘로보트’란 곡에 고해성사도 했죠. (가요계의) 주변으로 밀려나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고요. ‘그래도 우리의 스타는 떠있을 것이다’라는 희망, 용기를 노래로 말씀드리려 했어요.”

서태지는 한때 팀 동료였던 양현석이 이끄는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악동뮤지션, 에픽하이)이 최근 비슷한 시기에 신곡을 낸 것에 대한 소회도 털어놨다. “요즘 많은 가수들이 쏟아져 나오니까 우연히 겹칠 수도 있죠. 양군(양현석)의 성공에 뿌듯하기도 하고 굉장히 기쁜 마음이에요. 옛 동료들이 다 잘됐으면 해요.” 그는 “많은 사람이 제 음악을 들어보는 통로가 된다면 논란도 환영이다. 안티 팬도 제 음악의 원동력”이라며 웃었다. 서태지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전국순회 공연을 열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신작을 “강렬한 전기기타보다 신시사이저 소리가 더 부각된 일렉트로 팝”으로 칭하며 “서태지 특유의 치밀한 사운드 메이킹이 친근한 멜로디와 조화를 잘 이룬 앨범”으로 평가했다.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 서태지의 최고 곡으로 전문가 다수는 ‘모아이’(8집·2009년)를 꼽았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서태지#콰이어트 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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