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날개로… 미운오리 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국립무용단 ‘회오리’ 창단후 첫 개런티 받고 2015년 佛서 공연
윤성주 감독-김미애 수석무용수가 말하는 인기비결

1979년 국립무용단 단원으로 입단해 현재 취임 3년 차에 접어든 윤성주 예술감독(왼쪽)과 입단 17년 차를 맞은 김미애는 국립무용단의 산증인으로 손꼽힌다. 이들은 무용단의 해외 진출에 대해 “국립무용단의 진가를 알릴 기회”라고 입을 모았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1979년 국립무용단 단원으로 입단해 현재 취임 3년 차에 접어든 윤성주 예술감독(왼쪽)과 입단 17년 차를 맞은 김미애는 국립무용단의 산증인으로 손꼽힌다. 이들은 무용단의 해외 진출에 대해 “국립무용단의 진가를 알릴 기회”라고 입을 모았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국립무용단이 창단 52년 만에 처음으로 정기 공연 작품을 해외로 수출한다.

올해 4월 선보인 ‘회오리’가 프랑스 칸 댄스 페스티벌 개막작(2015년 11월)에 선정된 것. 회당 개런티 3만 유로(약 4200만 원)와 저작권료, 체재비 전액을 받는 조건이다.

국립무용단은 한껏 고무된 상태다. 그럴 만도 한 게 3년 전만 해도 국립무용단은 대표적인 비인기 국립예술단체였다. 공연 매진은 꿈도 못 꿨던 무용단이 2년 전 ‘춤, 춘향’을 통해 전석 매진을 기록하더니 최근 2년 새 ‘묵향’ ‘단’ ‘회오리’ 등 인기작들을 연달아 내놓았다. 해외 진출의 꿈마저 이뤘다.

미운오리새끼에서 ‘잘나가는’ 무용단으로 거듭난 비결은 무엇일까. 서울 중구 장충단로 국립극장에서 예술감독 취임 3년차에 접어든 윤성주 감독(57)과 수석무용수 김미애(40)를 만났다.

두 사람은 2014∼2015년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 개막작 ‘토너먼트’ 공연을 앞두고 막바지 연습에 한창이었다. 윤 감독은 “국립무용단의 요즘 모토가 변화와 도전인 만큼 토너먼트도 기존 공연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콘셉트를 지녔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윤 감독과 현대무용가 안성수가 서로 안무를 짠 다음 무용수 16명을 나눠 각 진영에 배치해 토너먼트 형식으로 춤 대결을 벌이는 형식이다. 케이블 채널 프로그램인 ‘댄싱 9’과 유사하다는 설명이다. 17∼20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회오리’에 이어 ‘토너먼트’에서도 주역을 맡은 김미애는 윤 감독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변화와 도전을 무대에서 몸으로 표현해야 하는 주역은 누구보다 민감할 수밖에 없어요. 안무나 무용수들의 변신에 저희끼리도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어요. 호호.”

윤 감독 취임 이후 국립무용단의 파격은 계속됐다. 지난해 말 패션디자이너 정구호가 정기공연 ‘묵향’ 연출을 맡았고, 올해 4월에는 핀란드 출신 현대무용 안무가 테로 사리넨이 안무한 ‘회오리’가 호평을 받았다.

이런 변화에 찬사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윤 감독은 “칭찬뿐만 아니라 욕도 만만찮게 먹었다”며 “원로 무용가들이 ‘우리 춤은 다 어디 갔느냐’고 혼낼 때는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다.

김미애는 무용수로서 국립무용단의 새로운 가능성에 큰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는 “화려하지 않아도 특유의 아름다움이 내재된 한국 춤의 특성에 외국 관계자들이 호기심과 신비함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고 했다.

국립무용단의 신명 나는 어깨춤에는 ‘회오리’에 이어 ‘묵향’도 가세했다. 내년 12월 프랑스 4개 도시 무대에 오르는 것. 이 투어도 개런티를 받고 가는 공연으로 자세한 일정과 공연장은 조만간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2016년에는 프랑스 무용전문 극장인 ‘샤이오국립극장’과 공동 제작한 신작을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선보인다.

해외에서의 큰 무대를 앞둔 윤 감독의 소신은 확고했다. “당연히 한국무용이 바탕이지만 국립무용단이 성장하려면 컨템퍼러리 안무를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소 위험할 수 있지만 다른 예술장르와의 협업을 통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믿어요.”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국립무용단#윤성주#김미애#회오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