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댕의 위대함은 시대를 앞서간 새로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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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참석 위해 방한 카트린 슈비요 佛 로댕미술관장

《 오귀스트 로댕(1840∼1917)은 97년 전 사망했지만 그의 작품은 지금도 ‘오래됐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19세기를 살았지만 늘 20세기를 향해 열려 있던 인물.”
카트린 슈비요 프랑스 로댕미술관장(53)은 “인간의 정신과 육체를 강렬한 아름다움으로 연결해낸 로댕의 위대함은 시대와 문화권의 벽을 뛰어넘는다”고 말했다. 슈비요 관장은 지난달 31일 개막해 오늘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문화소통포럼 CCF 2014’(대표 최정화) 프랑스 대표로 초청됐다. 1일 오전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       

카트린 슈비요 프랑스 로댕미술관장은 “로댕은 언제나 같은 시대 예술가들을 수십 년 앞질렀다. 팔이나 머리가 없는 인체를 조각하고, 자신의 옛 작품을 다시 만들어 새 작품과 조합하는 등 남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카트린 슈비요 프랑스 로댕미술관장은 “로댕은 언제나 같은 시대 예술가들을 수십 년 앞질렀다. 팔이나 머리가 없는 인체를 조각하고, 자신의 옛 작품을 다시 만들어 새 작품과 조합하는 등 남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중국엔 여러 차례 방문했지만 한국은 처음이라고 들었다.

“유럽에서 보는 한국의 가장 또렷한 이미지는 ‘기술 강국’이다. 이틀 전 서울에 와 이곳저곳 둘러보고 나서 한국이 예술에서도 결코 세계 문화권의 변방이 아님을 확인했다. 갈수록 모든 나라가 유사한 생활양식을 영위하게 되는 시대다. 그러면서도 각자의 뿌리를 유지한 채 새로운 문화에 대한 목마름을 충족시키려 한다. 그런 양상의 예술시장에서 한국의 인프라는 경쟁력이 충분하다.”

―2009년 오르세 미술관에서 기획한 ‘로댕을 지워버리다’전으로 주목받았다. 어떤 전시였나.

“유럽뿐 아니라 일본, 동유럽에서도 로댕을 흠모해 파리 남서부 뫼동의 작업실을 찾아오는 작가가 줄을 이었다. 현재 로댕미술관은 파리와 뫼동 2개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마티스와 피카소, 독일의 렘브루크 같은 작가들이 로댕을 모방하다가 얼마 뒤 자신의 스타일을 찾기 위해 로댕의 영향을 거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런 사례만 묶어 기획한 전시였다.”

―2012년 1월 취임해 어느덧 임기를 5개월 남겨뒀다. 그동안 이뤄낸 가장 큰 변화는 뭔가.

“18세기에 지어진 건물이다 보니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부족했다. 엘리베이터를 추가하고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문 폭을 넓혔다. 취임 전 700만 유로(약 93억 원)였던 건물 개조 예산이 1600만 유로(약 213억 원)로 껑충 뛰었다. 장애인이 편안히 이용할 수 없는 미술관이라면 절대 열 수 없었다. 내년 여름 모든 공사가 완료된다. 오디오 가이드 시스템도 보강했다. 한국어 서비스 도입을 고려 중이다.”

―2017년이 로댕 사망 100주기인데, 떠나기 아쉽겠다.

“연임을 희망한다. 2017년 전시 기획을 이미 진행 중이다. 파리 그랑팔레에서 로댕과 독일 조각가 안젤름 키퍼의 작품을 함께 선보일 계획이다. 1914년 로댕이 프랑스의 성당을 답사하며 정리한 글과 삽화를 모아 펴낸 책을 모티브로 삼았다. 키퍼가 로댕처럼 현재의 프랑스 성당을 돌아보며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키퍼는 로댕에 깊이 매료됐다. 표현주의적인 스타일도 비슷해 지켜보기 흥미롭다. 서울 삼성미술관 리움에도 지금 키퍼의 작품이 전시 중인 것으로 안다.”

―키퍼도 로댕처럼 뭇 여성을 잡아끄는 탁월한 매력을 가졌나.

“정확하다. 하하. 카미유 클로델이 또 나타날지도 모르겠다. 로댕을 처음 만나는 사람은 푹 빠지거나 아니면 지긋지긋해하거나, 호불호가 확 갈렸다고 한다. 그런 독특한 카리스마도 그의 인기 요인이었을 거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카트린 슈비요#프랑스 로댕미술관#문화소통포럼 CCF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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